사진=유현준 교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 영상 캡처
사진=유현준 교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 영상 캡처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을 설계한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신사옥 앞 공원 부지의 용도 변경을 비판했다. 인접 부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시민과 팬에게 신사옥 일부를 개방하려던 설계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 백지화 결정은 지난 10일 본지가 단독 보도했다.

유 교수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JYP 신사옥은 도넛 모양의 좁고 긴 링 형태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자연 채광과 통풍이 잘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설계였다"고 말했다. 이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는 작곡가실과 개인 연습실, 그룹 안무 연습실 등 다양한 크기의 방이 필요하다. 이를 하나의 큰 건물 안에 배치하면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 방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신사옥을 찾았을 때 머물 수 있는 공간도 구상했다. 유 교수는 "1층을 개방하면 팬들이 와서 시간을 보내고 버스킹을 할 수도 있다. 회사와 팬들이 만나는 여러 접점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설계가 가능했던 것은 신사옥 앞에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쪽 건물의 높이를 낮춰 중정에 햇빛이 들어오게 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JYP 신사옥이 들어설 경우 고덕지구에 미칠 효과를 설명했다. 유 교수는 "JYP가 고덕지구에 들어오면 'K팝의 성지' 같은 곳이 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고, 주변에 상점과 식당, 호텔 등도 들어설 수 있다"며 "JYP가 고덕지구의 중심 기업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유현준 교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 영상 캡처
사진=유현준 교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 영상 캡처
그는 인접 부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개방형 설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앞에 고층 건물이 생기면 그곳에서 신사옥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시선과 카메라로 인해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어려워지고, 시민에게 열어두려던 공간도 당초 의도대로 운영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SH 측이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기존 개발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용적률이라도 층수를 낮추거나 높이를 제한하고, 건물 사이에 완충 공간을 둬 JYP 사옥과 거리를 벌리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SH 측이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해 기다렸지만, 한두 달 뒤 기존 계획대로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JYP 측도 이대로라면 사옥을 짓기 어렵다는 상황이 되면서 양측의 입장이 강하게 맞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공원 부지를 편의상 상업용지로 변경한 것이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고 봤다. 유 교수는 용산공원을 예로 들어, 당장의 필요를 위해 고덕동 공원 부지를 다른 용도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원에 건물을 짓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공원은 도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공원을 없애는 것은 내년 농사에 쓸 씨앗으로 오늘 밥을 해 먹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 교수는 "JYP 신사옥이 들어오느냐, 내가 설계한 건물이 지어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계획된 공원 부지를 필요에 따라 다른 용도로 바꾸는 문제다. 지금 공원을 남겨두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