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23년 만에 8부작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욕망과 유혹으로 얽힌 세 인물을 연기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만큼 수위도 확실히 높였다. 노출은 과감하고 베드신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몇몇 장면은 인물의 욕망이나 관계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자극적인 노출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장면이 길고 적나라해질수록 오히려 '스캔들'이 노렸어야 할 관능미와 긴장감은 옅어진다.
특히 지창욱의 노출 장면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지나치게 적나라한 연출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노출이 조원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더하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첫 사극에 도전한 나나는 더 아쉽다. 희연의 위축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자세를 반복하는데, 비슷한 표현이 이어지면서 인물의 감정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불안할 때도, 죄책감에 시달릴 때도, 마음이 흔들릴 때도 몸과 표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손예진, 지창욱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약점이 더 잘 보인다. 두 배우가 대사와 시선으로 긴장을 주고받는 동안 희연은 상대적으로 굳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극이 진행될수록 변화가 중요한 인물인데도 감정의 폭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8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원작보다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는 많아졌다. 인물들의 사정이 자세해졌고 조선시대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더해졌다. 대신 이야기가 길어진 만큼 곳곳에서 호흡이 늘어진다. 인물과 서사는 풍성해졌지만 원작이 지녔던 팽팽한 긴장감과 위험한 매혹은 오히려 옅어졌다.
그 가운데 손예진은 가장 안정적이다. 조씨부인의 욕망을 대놓고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과 말투만으로 속내를 읽게 한다. 상대를 떠보거나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끌고 갈 때도 힘을 뺀다. 능청스럽다가도 한순간 서늘해지는 표정 변화 역시 자연스럽다. 손예진이라는 이름에 기대했던 몫은 충분히 해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손예진은 충분히 준비돼 있었지만 그를 둘러싼 인물과 관계, 연출은 그만큼 받쳐주지 못했다. 세 인물의 욕망이 팽팽하게 충돌하는 '스캔들'을 기대했지만 손예진의 조씨부인만 살아남은 듯 싶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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