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스캔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스캔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23년 만에 돌아온 '스캔들'은 몸집도 수위도 키웠다. 화려하게 판을 벌였지만 끝까지 체면을 지킨 배우는 손예진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창욱은 과감한 노출에도 기대했던 관능을 살리지 못했고, 첫 사극에 도전한 나나는 연기력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23년 만에 8부작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욕망과 유혹으로 얽힌 세 인물을 연기했다.
지창욱 노출·나나 연기력 호불호…'스캔들', 손예진만 이름값 했다 [TEN스타필드]
볼거리는 분명하다. 화려한 한복과 고택을 비롯해 종이를 만들고 뽕나무를 키워 비단을 짓는 과정까지 조선시대 생활상을 공들여 담았다. 사극 특유의 미장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눈길이 갈 만하다. 문제는 이런 시각적인 풍성함이 극의 긴장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만큼 수위도 확실히 높였다. 노출은 과감하고 베드신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몇몇 장면은 인물의 욕망이나 관계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자극적인 노출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장면이 길고 적나라해질수록 오히려 '스캔들'이 노렸어야 할 관능미와 긴장감은 옅어진다.

특히 지창욱의 노출 장면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지나치게 적나라한 연출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노출이 조원이라는 인물의 매력을 더하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넷플릭스 '스캔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스캔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손예진과 지창욱의 호흡도 기대만큼 강렬하지 않다. 손예진은 욕망에 솔직한 조씨부인의 여유와 능청스러움을 노련하게 살렸고, 지창욱 역시 조원 캐릭터의 불안한 지점을 선명하게 표현했다. 각자 있을 때는 캐릭터가 분명한데 두 사람이 붙으면 긴장감이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는 평가가 많다.

첫 사극에 도전한 나나는 더 아쉽다. 희연의 위축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자세를 반복하는데, 비슷한 표현이 이어지면서 인물의 감정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불안할 때도, 죄책감에 시달릴 때도, 마음이 흔들릴 때도 몸과 표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손예진, 지창욱과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약점이 더 잘 보인다. 두 배우가 대사와 시선으로 긴장을 주고받는 동안 희연은 상대적으로 굳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극이 진행될수록 변화가 중요한 인물인데도 감정의 폭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넷플릭스 '스캔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스캔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나마 극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나나가 가진 얼굴과 분위기가 조금씩 힘을 발휘한다. 대사가 줄고 표정과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장면에서는 앞선 회차보다 자연스럽다. 다만 후반부의 몇 장면만으로 앞서 쌓인 아쉬움까지 모두 덮기는 어렵다. 차라리 처음부터 나나가 가진 이미지와 장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8부작으로 늘어나면서 원작보다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는 많아졌다. 인물들의 사정이 자세해졌고 조선시대 생활상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더해졌다. 대신 이야기가 길어진 만큼 곳곳에서 호흡이 늘어진다. 인물과 서사는 풍성해졌지만 원작이 지녔던 팽팽한 긴장감과 위험한 매혹은 오히려 옅어졌다.

그 가운데 손예진은 가장 안정적이다. 조씨부인의 욕망을 대놓고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과 말투만으로 속내를 읽게 한다. 상대를 떠보거나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끌고 갈 때도 힘을 뺀다. 능청스럽다가도 한순간 서늘해지는 표정 변화 역시 자연스럽다. 손예진이라는 이름에 기대했던 몫은 충분히 해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손예진은 충분히 준비돼 있었지만 그를 둘러싼 인물과 관계, 연출은 그만큼 받쳐주지 못했다. 세 인물의 욕망이 팽팽하게 충돌하는 '스캔들'을 기대했지만 손예진의 조씨부인만 살아남은 듯 싶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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