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방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 포스터와 10주년 기념 여행 '구르미 다시 그린 달빛' 포스터. / 사진제공=KBS2
2016년 방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 포스터와 10주년 기념 여행 '구르미 다시 그린 달빛' 포스터. / 사진제공=KBS2
2016년 안방극장을 달군 '구르미 그린 달빛'과 '도깨비'가 나란히 10주년을 맞아 예능으로 다시 시청자를 만났다. 하지만 첫 방송 성적은 '구르미 다시 그린 달빛'은 1.8%, '도깨비 10주년 여행'은 3.3%로 다소 엇갈렸다. 차이는 단순히 '누가 다시 만났느냐'보다 10년 전 작품의 기억을 '어떻게 다시 보여줬느냐'에서 찾을 수 있다.
박보검·김유정 다시 모였는데 1.8%…'구르미'와 '도깨비', 달랐던 추억 소환법 [TEN스타필드]
지난 16일 첫 방송된 KBS2 '구르미 다시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 다시')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의 10주년을 기념한 특집 예능이다.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곽동연 등 주역 5명이 강원도 홍천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드라마 '구르미'는 당시 최고 시청률 23.3%를 기록하고 7주 연속 TV 화제성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0년 만의 재회가 받아든 첫 성적표는 1.8%였다. 지난 7월 먼저 선보인 tvN '도깨비 10주년 여행'(이하 '도깨비 10주년') 첫 회 3.3%와 비교하며 더 낮은 수치다.
'구르미 그린 달빛' 배우들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 사진제공=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배우들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 사진제공=KBS2
물론 숫자만으로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기는 어렵다. 방송 채널과 편성 시간, 경쟁 프로그램 등 시청률을 좌우하는 조건이 다르고, '구르미 다시'는 2부가 남아 있다. 원작의 시청률 역시 '구르미'는 지상파 전국 가구, '도깨비'는 유료플랫폼 기준으로 집계돼 숫자만 놓고 어느 작품이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도깨비' 역시 마지막 회에서 20.5%를 기록하며 당시 케이블 드라마 최고 기록을 새로 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두 10주년 예능을 나란히 놓으면 추억을 꺼내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구르미 다시'가 중심에 둔 것은 배우들의 현재 관계다.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곽동연은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물놀이를 즐겼다. 서로에게 별명을 붙이고 10년 후 미래를 이야기하며 여전히 돈독한 사이임을 보여줬다. 좋아했던 배우들이 10년이 지나서도 친분을 이어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다만 프로그램의 큰 틀은 친한 배우들이 함께 떠나는 일반적인 여행 예능의 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도깨비 10주년'은 배우들의 재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 자체를 적극적으로 소환했다.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는 강릉을 찾아 드라마 속 김신과 지은탁이 처음 만났던 장소를 비롯한 촬영지를 돌아봤다. 작품을 상징했던 공간과 장면을 꺼내고 당시의 촬영 비화를 덧붙이며 현재의 배우와 10년 전 캐릭터를 연결했다. '도깨비'의 대표 OST까지 활용되면서, '도깨비'를 사랑했던 이들의 향수를 더욱 자극했다.

'구르미 다시'가 사람을 다시 모았다면, '도깨비 10주년'은 작품까지 다시 살아나게 했다. 10주년 기념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배우들이 여전히 친하다는 확인에 그치는지, 자신이 좋아했던 작품을 다시 경험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도깨비' 출연 배우들이 실제 쵤영지에서 드라마 속 소품을 활용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tvN
'도깨비' 출연 배우들이 실제 쵤영지에서 드라마 속 소품을 활용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tvN
'구르미 다시'에는 또 하나의 불리한 지점이 있다. 다섯 배우의 재회 자체가 낯선 그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곽동연은 2022년 티빙 '청춘MT'를 통해 이미 '구르미' 팀으로 다시 뭉쳤다. 올해 3월에는 박보검이 진행하는 KBS2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에 김유정, 진영, 곽동연이 출연기도 했다. '구르미' 주역들의 몇 차례 만남을 지켜본 시청자에게 또다시 배우들이 여행을 떠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만으로는 '10년 만에 돌아왔다'는 특별함을 만들기 쉽지 않다.

이 점에서 '도깨비 10주년'은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로 활용했다. 시청자가 기억하는 공간과 장면을 현재의 배우에게 다시 건네면서 '그때 그 드라마를 좋아했던 이유'까지 함께 소환했다. 재회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재회를 매개로 원작을 다시 경험하게 만드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과거 인기작의 10주년, 20주년을 내세운 콘텐츠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한 작품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자에게도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추억을 방송 한 편으로 확장하려면 단순한 재회 이상의 장치가 필요하다.

시청자가 10년 뒤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은 배우들만이 아닐 수 있다. 그 배우들을 좋아하게 했던 캐릭터와 장면, 음악, 그리고 당시 작품을 보던 자신의 기억까지 포함된다. 이미 익숙한 얼굴을 다시 모으는 데서 멈추면 '10주년'은 팬서비스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작품을 지금 다시 볼 이유까지 만들어낼 때 10년 전의 추억은 비로소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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