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이렇게 호흡이 계속 좋아지면 어떡하냐. 큰일 났다."

재현의 말처럼 NCT 127과 시즈니의 호흡은 공연이 뒤로 갈수록 더 단단해졌다. 다섯 멤버는 2시간 30분 동안 몸을 아끼지 않았고, 팬들은 자리에서 뛰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군 복무 중인 도영과 정우는 객석에서 이를 지켜봤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NCT 127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공연을 완성했다.

NCT 127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다섯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레드라인'(NEO CITY : SEOUL - THE REDLINE)의 서울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열린 공연은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약 3만1500명을 모았다.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검은색 가죽 의상을 입은 멤버들은 복잡하게 얽힌 선에 붙잡힌 듯한 모습으로 공중에서 내려왔다. 'Legacy'(레거시)의 묵직한 사운드가 공연장을 울렸고, 붉은 조명과 레이저가 멤버들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Step Up'(스텝 업) '삐그덕'까지 세 곡을 연이어 소화하며 처음부터 속도를 높였다.

도영과 정우가 자리를 비운 만큼 기존 곡의 파트에도 변화가 생겼다. 'Cherry Bomb'(체리 밤)에서는 재현이 도영의 파트를 소화했고, 태용은 마크의 랩 구간을 새롭게 쓴 가사로 채웠다. 익숙한 곡을 현재의 다섯 멤버에 맞게 다시 구성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Lemonade'(레모네이드)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태용은 '체리 밤'의 새로운 랩 구간에서 멤버들이 함께 안무를 춰주길 바라 이틀 동안 부탁했다고 털어놨다. 쟈니는 "시즈니가 보고 싶어 한다면 언제든 보여줄 수 있다"고 받아쳤다.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Punch'(펀치)에서는 천장에서 내려온 레이저가 무대 위에 거대한 사각 링을 만들었다. 멤버들이 회전하는 무대 위에서 서로 맞붙듯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실제 복싱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태용은 "지금까지 했던 '펀치' 무대 중 이만한 무대는 없었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Bring The Noize'(브링 더 노이즈)와 '질주'(2 Baddies)가 이어지면서 관객에게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태용이 "시즈니, 준비됐어?"라고 외치자 객석 곳곳에서 팬들이 일어났다. 앞쪽 좌석은 마음껏 뛰기 어렵다며 "목청을 기대하겠다"고 하자 팬들은 더 큰 떼창으로 답했다.

'NonStop'(논스톱), 'IKR'(아이케이알), 'Ay-Yo'(에이-요)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다. '에이-요' 마지막에는 도영과 정우가 함께했던 과거 공연 장면이 화면에 등장했다. 무대 위 다섯 멤버와 화면 속 두 멤버가 한 장면을 이루자 객석의 함성이 커졌다.
NCT 127 재현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재현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이후 베이지색 상의와 청바지로 갈아입은 멤버들은 반전 분위기의 'Not Alone'(낫 얼론)과 'Day After Day'(데이 애프터 데이)로 속도를 잠시 늦췄다. 천천히 회전하는 무대 위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노래했고, '데이 애프터 데이'에 앞서 재현이 "시즈니 사랑해"라고 외치자 객석에서는 큰 함성이 터졌다.

'0 Mile'(제로 마일)과 'Summer 127'(서머 127)에서는 무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Getaway'(겟어웨이)에서는 유타가 무대에 누운 채 노래할 만큼 여유를 보였다. 칼같이 대형을 맞추던 앞선 무대와는 다른 편안함이었다.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후반부에는 공연장이 다시 들썩였다. 'Piñata'(피냐타)의 전주가 나오자 멤버들은 독개구리 무늬를 입힌 차량을 타고 객석 사이에 등장했다. 차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앉아 있던 관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Fire Truck'(소방차)에서는 불타는 도시 영상 앞에서 실제 화염이 솟았다. 멤버들은 스모크 건과 물을 객석 쪽으로 쏘며 무대를 누볐고, 위에서는 워터 캐논이 쏟아졌다. 본무대에는 거대한 발 모양 벌룬과 도영·정우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도 등장했다. 강한 퍼포먼스에 장난스러운 연출이 더해지면서 공연장은 거대한 놀이터로 바뀌었다.

'Fact Check'(팩트 체크)에서는 팔 모양의 대형 구조물이 무대 위로 내려왔다. KSPO DOME 공연 기준 최대 규모로 투입된 100여 대의 레이저는 천장부터 객석 끝까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펀치'에는 링을, '소방차'에는 불과 물을 더하는 식으로 장치가 곡의 성격을 살렸다.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영웅'(英雄; Kick It)과 'Blingy'(블링이)는 멤버들의 체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태용은 "'블링이'가 어려운 무대라 멤버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는데, 그게 NCT 127만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갈수록 동작은 오히려 더 커졌다

앙코르에서는 종이비행기가 그려진 이동차를 타고 2, 3층 관객석 사이를 누볐다. 멤버들은 '종이비행기'와 'TOUCH'(터치)를 부르며 위층의 팬들과도 가까이서 눈을 맞췄다. 이날 객석에는 도영과 정우를 비롯해 후배 그룹 NCT WISH(엔시티 위시)도 함께했다.

도영이 준비한 데뷔 10주년 기념 떡 케이크도 무대에 올랐다. 케이크에는 멤버들의 사진이 담긴 떡이 장식돼 있었다. 멤버들은 떡을 팬들에게 나눠주며 10주년을 자축했다. 각종 특수효과로 가득했던 공연에서 오히려 이 소박한 장면이 함께 보낸 시간을 실감하게 했다.

해찬이 "도영, 정우도 떼창했느냐"고 묻자 객석의 두 사람은 자리에서 호응했다. 정우는 즉석에서 '블링이' 안무를 짧게 선보여 환호를 끌어냈다.
NCT 127 태용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태용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태용은 "오늘이 지난 이틀보다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멤버 전원이 이 공연장에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우리칠 전원이 한 무대 위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다섯 명이서 굳건히 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유타는 "우리만큼 매 콘서트에서 멤버들의 역할과 파트가 달라지는 그룹도 흔치 않을 것"이라며 "힘든 점도 있지만 이를 해낼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NCT 127 해찬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해찬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해찬은 "콘서트 준비 기간이 빠듯해 걱정도 많았지만 형들과 함께 준비하며 좋은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기쁘다"며 "도영이 형과 정우 형이 함께하는 '블링이'가 벌써 기대된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오늘의 감정을 오래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쟈니는 "오늘 여러분과 한 호흡으로 즐긴 것 같아 뿌듯하다"며 "팬들의 눈빛에서 빛이 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그 눈빛 덕분에 힘을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어 "투어를 시작하는 기분과 기운이 좋다. 우리칠 건강하고 멋있게 세계적으로 잘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재현은 10주년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그는 "스무 살 때는 10주년이 되면 어떨지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별거 없더라"며 "그날그날 후회 없이 쏟아내고 열심히 보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만 나이 드는 게 아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좋다"고 덧붙였다.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NCT 127은 빈자리를 감추는 대신 다섯 명에게 맞게 파트와 동선을 다시 짰다. 그러면서도 도영과 정우가 돌아올 자리는 남겨뒀다. 지난 10년을 거창하게 설명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무대를 끝까지 해내는 방식으로 팀의 현재를 보여줬다.

NCT 127은 오는 10월 3일 자카르타를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 사이타마, 방콕, 마닐라,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와 마카오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서울 공연은 끝났지만 '더 레드라인'의 질주는 이제 시작이다.

윤예진 텐아시아 기자 cristyyou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