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티빙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티빙
프로야구의 열기가 방송가까지 번지고 있다. 2026 KBO리그는 3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넘어 역대 최소인 626경기 만에 1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지난해보다 17경기 빠른 기록이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늘어난 가운데 예능과 드라마에서도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김우빈·오정세도 뛰어든 KBO 1100만 시대, 야구만 보여줘서는 안 된다 [TEN스타필드]
눈에 띄는 것은 야구를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선수들의 경기와 승부 자체를 보여주는 스포츠 예능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야구를 연애, 성장물, 생활극 등 다른 장르와 결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티빙 '원수는 외야석에서♥'는 서로 다른 구단을 응원하는 남녀의 만남을 그린 연애 예능이다. 응원팀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경쟁심과 신경전을 남녀 관계에 접목했다. 구단별 팬덤과 응원 문화가 대중적으로 익숙해졌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드라마에서도 야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김우빈 주연 '기프트'는 불의의 사고 이후 다른 사람의 야구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을 얻게 된 전직 프로야구 투수 코치가 전국 최하위 고교 야구부를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경기 자체보다는 야구를 매개로 한 선수들의 성장과 관계에 무게를 둔다.

오정세가 주연을 맡은 '써닝야구단'은 주말마다 야구를 하기 위해 모이는 3040 가장들을 내세운다. 사회인 야구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유부남들의 이야기를 통해 프로선수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야구를 다룬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SBS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SBS
야구 콘텐츠의 외연을 넓힌 대표적인 전례도 있다. 2019년 첫 방송된 SBS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19.1%를 기록했다. 야구 드라마였지만 경기 장면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 구단 내부 갈등 등 프런트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해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도 하나의 직장 드라마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스토브리그'가 방송됐던 당시와 지금은 환경도 달라졌다. 당시에는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야구 문화 자체에 익숙한 대중이 크게 늘었다. 1100만명이 야구장을 찾고 구단별 팬덤과 응원 문화도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다.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다르다는 설정만으로 연애 예능의 갈등 구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다만 프로야구의 흥행이 관련 콘텐츠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강야구'를 비롯해 '불꽃야구', '야구여왕' 등 야구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이 이미 여럿 등장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야구를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티빙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티빙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티빙
프로야구의 인기가 방송까지 번지고 있다. / 사진제공=티빙
오히려 최근 작품들은 야구 자체보다 야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원수는 외야석에서♥'에는 팬덤 문화가 연애의 장치로 활용되고, '기프트'에서는 야구가 성장 서사의 토대가 된다. '써닝야구단'은 사회인 야구를 통해 3040 가장들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야구의 인기에 올라타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야구 콘텐츠와 다른 시청층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야구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제작진에게 요구되는 기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구에 익숙한 시청자가 늘면서 실제 야구와 동떨어진 설정이나 어설픈 묘사에는 오히려 더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동시에 야구팬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좁아지면 대중적인 확장성을 잃는다.

결국 1100만 관중 시대가 방송가에 제공한 것은 흥행 보증수표가 아니라 하나의 넓어진 이야기의 장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야구의 인기를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아니다. 야구를 통해 어떤 인물과 관계, 이야기를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야구팬에게는 현실감을 주면서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도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쏟아지는 야구 콘텐츠가 풀어야 할 숙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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