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당시 사건을 재연하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여러 의혹을 다룬다. 사회부 부장기자 재환(박해일 분)과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 또 현장에 있었던 경찰 철구(유해진 분)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배후를 추적한다.
영화의 소재는 신선하다. 영부인 저격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이지만 그동안 스크린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되지는 않았다. 작품은 50여년이 지난 지금 관객에게 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속도도 빠르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여러 정황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총성이 울린 뒤에는 더 가속을 붙인다. 1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긴장을 놓기 어렵다.
세 배우의 연기력은 이를 뒷받침한다. 박해일은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하고 냉철한 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경찰의 사명감과 가족과 동료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억압적이었던 시대의 어두운 분위기까지 전달한다. 이민호는 그동안 강력하게 자리 잡았던 '백마 탄 왕자' 이미지를 벗었다. 물론 재벌가 막내아들이라는 설정은 있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사건을 취재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내세운다. 이민호는 거칠게 현장을 누비는 신입 기자의 패기와 열정을 표현했다.
섬세한 연출과 촘촘한 연기가 몰입도를 높이는 가운데, 낯익은 배우들의 잦은 등장은 오히려 독이 된 모양새다. 영화에는 정우성을 비롯해 엄태웅, 박성훈, 심은경, 신현빈, 유연석 등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이 다른 작품을 이끌어온 주연급 배우인 만큼 짧은 등장만으로 시선을 훔쳤지만, 이야기보다 인물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몰입을 깨트렸다. 특히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했던 후반부 일부 장면에서 굵직한 존재감의 배우가 나타나자 극장 곳곳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무거운 사건을 다룬 추리극에 이처럼 화려한 출연진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130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 자체의 재미는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진입 장벽도 비교적 낮다. 명절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 단위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23일 개봉.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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