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이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다룬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이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다룬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는 저마다 존재감을 보여주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운 한때를 스크린에 옮겨 공식적인 기록 너머의 진실을 되묻게 한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당시 사건을 재연하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여러 의혹을 다룬다. 사회부 부장기자 재환(박해일 분)과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 또 현장에 있었던 경찰 철구(유해진 분)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배후를 추적한다.

영화의 소재는 신선하다. 영부인 저격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이지만 그동안 스크린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되지는 않았다. 작품은 50여년이 지난 지금 관객에게 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속도도 빠르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여러 정황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총성이 울린 뒤에는 더 가속을 붙인다. 1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긴장을 놓기 어렵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의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의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주요 인물들의 과거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은 선택도 효과적이다. 재환과 철구가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짧은 대화만으로 오랜 인연을 짐작하게 한다. 외압과 협박에 시달리는 재환의 과거 역시 풀어놓지 않는다. 재벌가 막내아들인 영일 역시 왜 기자가 됐는지, 가족과는 어떤 서사가 있는지도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관객이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흐름을 유지했다.

세 배우의 연기력은 이를 뒷받침한다. 박해일은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하고 냉철한 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경찰의 사명감과 가족과 동료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억압적이었던 시대의 어두운 분위기까지 전달한다. 이민호는 그동안 강력하게 자리 잡았던 '백마 탄 왕자' 이미지를 벗었다. 물론 재벌가 막내아들이라는 설정은 있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사건을 취재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내세운다. 이민호는 거칠게 현장을 누비는 신입 기자의 패기와 열정을 표현했다.

섬세한 연출과 촘촘한 연기가 몰입도를 높이는 가운데, 낯익은 배우들의 잦은 등장은 오히려 독이 된 모양새다. 영화에는 정우성을 비롯해 엄태웅, 박성훈, 심은경, 신현빈, 유연석 등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이 다른 작품을 이끌어온 주연급 배우인 만큼 짧은 등장만으로 시선을 훔쳤지만, 이야기보다 인물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몰입을 깨트렸다. 특히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했던 후반부 일부 장면에서 굵직한 존재감의 배우가 나타나자 극장 곳곳에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무거운 사건을 다룬 추리극에 이처럼 화려한 출연진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암살자(들)'이 오는 23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이 오는 23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후반부로 갈수록 핵심 주제가 다소 흐릿해지는 점도 아쉽다.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 안에 당시의 사회상과 언론의 역할 등을 담으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기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선언하는 장면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다만 후반부 들어 기자들의 서사가 급격히 전면에 나서면서 철구의 존재감이 옅어진다. 결말에서는 여러 갈래로 뻗은 주제를 다시 한 사건으로 서둘러 묶는 인상을 남긴다.

그런데도 130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 자체의 재미는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진입 장벽도 비교적 낮다. 명절에 개봉하는 만큼 가족 단위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23일 개봉.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