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연예인들에게 공황장애는 꽤나 흔한 병이 됐습니다. 일상화된 불안 속에서 일반인보다 더 큰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심한 경우 활동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왜 만성적 불안에 시달릴까요. 또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을까요. 연예인들의 불안과 공황장애 문제를 텐아시아가 3차례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겪는 불안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어디서나 볼 법한 평범한 복합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복도에는 작은 간판도, 안내문도 없었다. 긴 복도를 따라 똑같이 생긴 몇 개의 현관문을 지나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진득한 향냄새가 훅 끼쳐왔다. 최근 연예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Y신당'이다.
"현역 아이돌인데, 유명하지 않아서 고민인 분이 찾아왔어요. 어떻게 해야 뜰 수 있을지, 그 시점이 언제쯤 될지도 물어봤고요. 회사와 계약 관계에 관한 고민도 물어봤죠."
Y신당을 운영하는 무속인 A씨는 신내림 받은 지 3년가량 된 이른바 '애동'이다. A씨에 따르면 이곳에는 다양한 연예계 종사자들이 방문한다. 연예인부터 방송 PD나 기자, 기획사 및 제작사 관계자까지 다양하다. 신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속인이 더 가감 없고 직설적으로 조언한다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무속인들의 정보가 물밑에서 빠르게 공유된다는 게 한 연예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번의 선택으로 성패가 갈리는 정글 같은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확실한 '해답'을 찾고 싶은 조급함이 반영된 셈이다.
리더 발탁부터 캐스팅까지…제작 현장에 스며든 점술
작품 캐스팅과 촬영 일정 조율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도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담당했던 배우가 새 작품을 맡을 때마다 항상 '어느 계절에 들어가야 좋은지' 사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전화로 사주를 보는 것을 좋아해 컴백 같은 큰일을 앞두고 조언을 구한다"며 "거기서 말해주는 조언을 듣고 하라는 대로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점이나 사주뿐만 아니라 작품의 시작을 앞두고 고사를 지내는 관행도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돼지머리를 올린 제사상을 차리고 무사고와 흥행을 기원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나락 공포'가 부른 주술적 의존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떠올렸을 때 점성술이나 무속에 훨씬 더 많이 기대는 경향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있다"며 "미래를 점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줘 불안을 일부 덜어내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간판 없는 신당으로…'음성적 피난처'가 된 이유
실제 연예인들이 많이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서울 압구정역 주변에만 점집 등 관련 가게가 최소 25곳 이상이다. 한국에서 단위면적당 점집이 가장 많은 곳이다.
최 교수는 "자기 얘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상담 효과가 있다"며 "점집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고 구체적인 답을 듣다 보면 심리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존이 장기화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점술을 통한 일시적인 안도감에 기대다 보면, 정작 약물 치료나 전문 심리 상담 등 제때 이뤄져야 할 의학적 개입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크다. '올해 구설수가 있다', '작품 운이 꺾였다'와 같은 부정적인 점괘는 강박과 불안을 오히려 키우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속인 A씨 역시 맹목적인 신뢰는 경계했다.
"연예계가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극심한 경쟁에 복잡한 승인 절차까지 얽혀 있어서 불안이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더라고요. 하지만 점괘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어요. 제 조언만 믿고 섣부르게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속병든 연예인들③ <쉴 방법도 기준도 없다, 마음만 썩어가는 연예계> 에서 계속.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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