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검은 뼈 - 49년 만에 전해진 부고' 편으로 꾸며졌다.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가수 김종서, 배우 변요한이 출연해 1942년 발생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건을 들었다.
1930년대 후반 일제는 한반도 청년들을 일본 각지의 노동 현장으로 동원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위치한 조세이 탄광에도 조선인들이 끌려갔다.
조세이 탄광은 바다 밑으로 갱도가 이어진 해저 탄광이었다. 노동자들은 좁은 갱도에서 허리를 숙인 채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일했다. 탄광 주변에는 높은 울타리와 감시 초소, 탈출을 막기 위한 전기선까지 설치돼 있었다. 도망치다 붙잡힌 노동자들은 폭행과 고문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환은 당시 작업 환경에 대해 "내가 폐소공포증이 없는데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1942년 2월 사고가 발생했다. 바다 밑 갱도 천장이 무너지면서 바닷물이 밀려들었고, 작업 중이던 광부 183명이 갱도에 갇혔다.
사고 전부터 이상 징후도 있었다. 갱도에는 평소보다 수배 많은 바닷물이 새어 들어왔지만 작업은 계속됐다. 태평양 전쟁으로 석탄 증산에 나선 일제는 안전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까지 채굴에 투입했고, 갱도를 지탱하기 위해 남겨두는 석탄 기둥인 '탄주'까지 채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서는 "전쟁에 몰두한 나머지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다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사고 발생 49년 뒤인 1991년이었다. 일본 고등학교 교사 타케노부 야마구치는 과거 탄광 사택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조세이 탄광 사건을 알게 됐다. 이후 일본 시민들과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을 결성하고 희생자와 유족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찰에 남아 있던 창씨개명 사망자 명부를 토대로 조선의 옛 주소지에 1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 이 가운데 17통의 답장이 돌아왔다. 그렇게 일부 유족들은 약 50년 만에 아버지와 가족이 어디에서 어떻게 숨졌는지 알게 됐다. 이후 한일 합동 추도식이 열렸고 희생자들의 본명을 새긴 추도비도 세워졌다.
유골을 찾기 위한 작업도 계속됐다. 옛 탄광 도면과 생존자 증언 등을 토대로 갱도 위치를 추적했고, 2024년 9월 사고 발생 82년 만에 당시 봉쇄됐던 갱구를 다시 열었다.
2025년 8월에는 한국인 잠수사들이 해저 갱도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고 이후 83년간 바다 밑에 남아 있던 희생자들의 유골이 처음으로 발견돼 수습됐다. 오랜 시간 해저에 있었던 유골은 검게 변한 상태였다. 이를 본 박태환은 "영화에서나 봤다"고 했고, 김종서는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2026년 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발견된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DNA 감정에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 아직 정확한 신원과 남아 있는 유해의 규모, 추가 발굴 계획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변요한은 "양심, 사명감, 부끄러움을 아는 일, 그리고 일본 시민들의 사죄의 말까지, 모두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종서는 "갱도 입구가 열리는 순간, 피고름이나 눈물 이런 것들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으며, 박태환은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남은 유골들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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