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이 '암살자(들)'에서 기자 재환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박해일이 '암살자(들)'에서 기자 재환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제가 이거 하려고 기다렸나 봐요."

배우 박해일은 영화 '암살자(들)' 대본을 허진호 감독에게 처음 받았을 때 이렇게 말할 정도로 큰 끌림을 느꼈다. 하지만 첫 촬영을 마칠 때까지 무언가를 확신하진 못했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던 시절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공기로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마음으로 '암살자(들')에 몰입해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사건이 발생한 뒤 생겨난 의혹과 그 배후를 추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해일은 권력의 억압 속에서도 진실만을 좇는 사회부 부장기자 재환을 연기했다. 기사를 쓸 때마다 협박받고 감시당하지만,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이 투철한 인물이다.

'암살자(들')의 배경은 1974년으로, 1977년생인 박해일이 태어나기 3년 전이다. '한산'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을 선보이게 된 박해일은 "이참에 작품을 통해 (그 시대를) 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읽는 순간 '왜 이 사건은 영화로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박해일은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가 이런 장르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고 밝혔다.
'암살자(들)'의 한 장면. 박해일이 취재진 사이에 있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암살자(들)'의 한 장면. 박해일이 취재진 사이에 있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는 초반부에 큰 사건이 발생한 뒤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는다. 박해일은 "시작하면 끝까지 달려 나가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기자 역을 맡은 만큼 "그때 시대에 있을 법한 보편적인 태도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 재환은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과 함께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박해일은 기자 선후배로 호흡을 맞춘 이민호에 대해 "처음에는 '신문사에 이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남성미가 있고 선이 굵고 선명한 느낌인데, 오히려 1974년도에 있을 법한 캐릭터였다. 재환에게는 굉장히 든든한 후임이자 동료였다"고 말했다.

경찰 철구(유해진 분)는 재환과 은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진실을 추적하는 또 다른 축이다. 박해일은 유해진과 작업하면서 그의 오랜 연기 내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해진의 장수 비결이 궁금했던 그는 "선배님의 시나리오를 몰래 보기도 했다"고. 이에 "매 장면, 매 페이지에 메모가 빼곡했다. 작품에 대한 의견과 생각이 있어 깜짝 놀랐다. 촬영 중 필요한 때 그 카드를 꺼내놓는 것"이라며 감탄했다.
박해일은 자신이 태어나기 3년 전이 배경인 '암살자(들)'에 출연하게 됐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박해일은 자신이 태어나기 3년 전이 배경인 '암살자(들)'에 출연하게 됐다. /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작품 밖 유해진의 태도도 박해일에게 많은 귀감이 됐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넘어가던 중 길에 차를 세우고 옷을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유해진을 봤다. 숙소까지 5km 넘게 남은 지점에서 러닝을 하는 유해진을 본 박해일은 다음 날 바로 숙소 근처에 뛸 만한 데를 찾았다. 그는 "유해진한테도 얘기 안 했다. 땀도 나고 잠도 잘 오고 좋더라"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고 배우며 박해일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배우의 기질이 다양하다. 어떤 배우의 연기를 보면 '저건 내가 할 수 없다'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라는 배우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 고민 끝에 박해일이 내린 답은 작품 안에서 제 몫을 다하는 배우였다. 2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해온 그는 "어느 순간만을 잘하는 게 아니고 작품에 같이 잘 녹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는 그게 더 잘 맞는 연기이고,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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