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이 숏폼 '아버지의 집밥'을 내놨다. / 사진제공=레진스낵
이준익 감독이 숏폼 '아버지의 집밥'을 내놨다. / 사진제공=레진스낵
"저는 콘텐츠 생산자잖아요. 변화하는 새로운 생태적 환경에서 숏폼 환경에 도전한 게 아니라, 응전한 거예요. 그러면서 그동안 숏폼에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를 확장하는 거죠."

영화 '왕의 남자'로 '천만 감독' 수식어를 얻은 베테랑 영화감독 이준익이 숏드라마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우려의 반응도 나왔다. 이준익 감독은 "'이름 있는 영화감독이 왜 젊은이들 놀이터에 와서 차지하려고 하냐'는 반감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첫 숏드라마는 모바일 화면을 넘어 세로 형태 그대로 극장에 걸리는 이례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새로운 형식에 뛰어들었지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기는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집밥'의 한 장면. 지난 9일 개봉해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상영 중이다. / 사진제공=레진스낵
'아버지의 집밥'의 한 장면. 지난 9일 개봉해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상영 중이다. / 사진제공=레진스낵
지난 9일 개봉한 '아버지의 집밥'은 평생 가족들의 밥상을 차려온 순애(이정은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요리백지증'에 걸려 요리를 못하게 되자 가부장적인 남편 하응(정진영 분)이 인생 첫 집밥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평범한 가족을 구성하는 부모님부터 자식, 손녀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세대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숏드라마 촬영 중 느낀 한계로 "세로형 화면의 협소함 때문에 그 순간의 공기를 만들어내진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만큼 숏드라마만의 장점도 명확했다.

"영화는 잘 차려진 상을 관객이 대접받는 느낌이라면 숏드라마는 틈으로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죠. 정말 보고 싶은 걸 집요하게 관찰하는 거예요. 가로 영화에서는 인물 간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을 받는다면, 숏드라마는 관객이 직접 참여해서 인물을 대면하죠. 기존 영화가 달성하지 못하는 새로운 부분이에요."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응전에 함께해준 배우들을 향한 애정도 나타냈다. 특히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과 다양한 작품에서 호흡하며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감독은 '아버지의 집밥'에서 선보인 정진영의 연기에 또다시 감탄했다고 밝혔다.

"정진영 배우를 오래 봐왔는데 나이 먹으니까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저 배우의 성숙함을 극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게 행복했죠."
이준익 감독이 "뻔한 것만큼 소중한 게 없다"며 평범한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제공=레진스낵
이준익 감독이 "뻔한 것만큼 소중한 게 없다"며 평범한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제공=레진스낵
이준익 감독은 콘텐츠의 형식이 달라지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숏폼이든 롱폼이든 크게 말하면 이야기 산업"이라며 "스크린, 모니터, 영화, 숏폼 등 다 형태의 차이일 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우리는 방법에 매몰돼 있는 것 같아요. 형식이 영화인지 숏폼인지에 집중하는 건, 어찌 보면 끌려가는 거예요. 결국 내용의 방향성에 집중해야 끌고 갈 수 있는 거죠. '아버지의 집밥'이 숏폼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처럼요."

이준익 감독은 '아버지의 집밥'의 매력이 '뻔한 것'이라고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눈길을 끌어야 하는 숏드라마 특성상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콘텐츠가 많지만, '아버지의 집밥'은 오히려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평범한 이야기로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내려 했다.

"우리는 뻔하면 나쁘다고 얘기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뻔한 것만큼 소중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아버지, 부부, 자식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나의 가까운 사람들, 가족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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