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과 유리, 수영으로 구성된 효리수는 지난달 31일 첫 디지털 싱글 'Skibidi'(스키비디)를 발매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9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9시 기준 멜론 'TOP100' 차트 19위에 올랐다. 소녀시대의 전성기와 비교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데뷔 20년 차에 새롭게 결성된 유닛이 신곡으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익숙한 이름을 앞세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실제 음원 소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효리수의 탄생 과정부터 기존 유닛과 달랐다. 효연의 개인 유튜브 채널 '효연의 레벨업'에서 세 멤버가 메인 보컬과 센터 자리를 두고 경쟁한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부터 음반 발매를 목표로 멤버를 조합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세 사람의 호흡과 캐릭터가 먼저 주목받은 뒤 실제 유닛으로 발전했다. 음악을 내놓고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반적인 순서를 뒤집은 셈이다.
이는 오랜 경력을 지닌 그룹이 새로운 활동에 따르는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통해 조합에 대한 반응을 미리 확인하고, 관심이 형성된 시점에 음원과 무대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효리수는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활용하면서도 유닛 자체의 서사까지 확보했다. 유튜브에서 쌓은 친근감이 음악 활동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팬덤 밖 대중이 유입될 통로도 넓어졌다.
멤버 구성 역시 전형적인 유닛 공식에서 벗어났다. 2012년 결성된 태티서가 태연·티파니·서현이라는 보컬 조합을 앞세웠다면, 효리수는 소녀시대에서 퍼포먼스에 강점을 보여온 세 멤버가 중심이다. 팀 안에서 맡았던 역할만 놓고 보면 정석적인 보컬 유닛과 거리가 있지만, 오랜 활동을 통해 쌓은 실력이 기존 포지션의 한계를 지웠다.
활동을 즐기는 세 멤버의 여유 있는 태도는 음악방송에서도 돋보였다. 음악방송 엔딩 요정 촬영에서 센터에 선 유리는 옆 멤버들이 화면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이들을 견제하는 듯한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취했다. 센터 자리를 두고 경쟁해온 유튜브 속 설정을 음악방송까지 이어가며 재미를 더한 것이다. 정해진 안무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세 사람의 관계성과 캐릭터를 활용해 짧은 엔딩 장면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효리수의 등장은 2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이 반드시 추억을 되풀이하는 방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오랜 기간 활동한 그룹이 다시 무대에 설 때 대표곡을 부르거나 기념일에 완전체로 모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효리수는 기존 히트곡이 아닌 신곡을 내놓고 현재의 음원 차트에서 경쟁했다. 소녀시대라는 이름이 관심의 출발점이었다면, 이를 지속시킨 것은 새로운 음악과 무대였다.
완전체 활동을 성사시키기 어려운 장수 그룹에도 유닛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멤버들이 서로 다른 영역과 소속사에서 활동하는 상황에서 전원이 같은 일정을 맞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부 멤버가 새로운 조합으로 움직이면 그룹의 이름을 이어가면서도 각자의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효리수는 완전체와 솔로 사이에서 장수 그룹이 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시했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들의 생명력을 증명했다. 이번에는 익숙한 성공을 반복하기보다 이전에 없던 조합을 꺼냈다. 효리수의 멜론 TOP100 진입은 소녀시대가 과거의 인기만으로 기억되는 그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쌓아온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이들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게 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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