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연출 김홍선)의 주연을 맡은 배우 류준열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 그리고 형사 순용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들쥐'는 나흘 만에 글로벌 TOP TV쇼 6위에 오르고 전 세계 49개국 TOP 10에 진입하며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류준열 역시 주변 지인들로부터 작품을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했다.
류준열은 이번 작품에서 문재와 그의 삶을 빼앗은 들쥐를 동시에 연기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만큼 단순히 외형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보다 시청자가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류준열은 "1인 2역도 시청자분들이 'CG든 어떤 트릭을 사용해서 찍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편견을 안고 보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 톤뿐 아니라 카메라 워킹이나 조명도 트릭이 대놓고 드러나는 방식은 최대한 지양했다. 그런 부분을 잘 계획해서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외형적인 변화는 오히려 최소화했다. 그는 "저희가 지양했던 건 과한 분장이었다. 자세히 보면 들쥐는 눈에 반점이 있는 렌즈를 착용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되는 정도의 포인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보자마자 '눈에 뭐 했어?'라고 하더라. 그걸 알아본 게 신기했다"며 웃었다.
얼굴의 점도 활용했다. 류준열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점은 문재를 연기할 때 그대로 두고 들쥐를 할 때는 지웠다. 그렇게 조금씩 다르게 표현했다"며 "확연하게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보다 '뭔가 다른데?' 싶은 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알게 모르게 눈치채신 분들이 많아서 애쓴 보람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설경구와의 첫 호흡 역시 류준열에게는 특별했다. 둘은 과거 소속사 씨제스엔터에 함께 몸담았다. 류준열은 "경구 형님을 이야기하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설경구다' 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 사이 작품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는데 잘 안 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작품을 하면서 '지금 만나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만났다면 제가 어렸기 때문에 보고 배우는 것도 더뎠을 것 같다. 지금 이 시기에 만나니까 더 많은 게 보이고 어떻게 연기하시는지도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 시기가 정확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설경구와 자유롭게 연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점을 꼽았다. 류준열은 "배우들이 선배든 후배든 서로 연기를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모호하고 애매할 때가 있다. 그런데 경구 형님에게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노자는 이런 사람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제 아이디어도 잘 들어주셨다"고 했다.
류준열이 설경구의 말투를 흉내내자 인터뷰 현장에서는 작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야, 아이디어 좋다. 너무 좋은데?'라고 하실 때도 있고 '그거 아니야, 임마'라고 하실 때도 있었다"며 "좋은 건 받아들여 주시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게 아닌 경우도 많았고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는 연기와 일상을 분리하려는 류준열의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가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 캐릭터를 이유로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프로덕션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작품의 감정을 평소에도 어느 정도 가져갈 수는 있지만 삶 전반으로 연결하는 건 지양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우보다 '류준열의 삶'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류준열은 "그게 저를 보호하고 지키는 방법이다. 연기나 배우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 류준열로서 사는 삶"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걸 넘어서지 않으려고 한다. 저만의 룰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예 기사도 의식적으로 멀리한다. 류준열은 "활동하다 보니 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연예 기사를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더라"며 "그래서 좋은 것만 보려고 한다. 아름답고 따뜻하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찾아본다"고 말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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