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가 공식석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 DB
이수지가 공식석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 DB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이수지의 풍자 콘텐츠가 이번에는 웃음보다 논란을 남겼다. 공무원의 일상을 다룬 영상에 최근 재선거 요구 시위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다.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표현을 별다른 맥락 없이 웃음의 장치로 사용했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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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는 '공무원 김지영 씨의 철밥통 지키기-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편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이수지는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1년 차 가상 공무원 '김지영 주무관'을 연기했다.

김지영 주무관은 폭염에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팀장에게 "워터밤에 왔냐"는 핀잔을 듣고, 시민들로부터 버스 노선과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 등 담당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받는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일선 공무원들이 겪는 고충과 악성 민원의 현실을 과장된 상황 속에서 웃음으로 풀어냈다.
사진=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사진=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논란은 민원인이 몰려들면서 김지영 주무관의 표정이 굳어지는 장면에서 불거졌다. 이수지가 사람들을 향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제지하는 순간, 배경에서 "재선거! 재선거!"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최근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이후 이어진 재선거 요구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악성 민원인과 동일선상에 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영상 댓글 창에는 "재선거는 개그 소재가 아니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왜 악성 민원 장면에 넣었느냐"는 취지의 의견이 게재됐다.

제작진은 논란이 된 부분을 삭제한 재편집본을 공개하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해당 영상으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채 장면을 사용한 것은 부족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장면은 특정 사안이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위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의도와 별개로 오해를 예상할 수 있는 표현을 적절한 맥락 없이 삽입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핫이슈지'의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 시리즈가 현실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공감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이수지는 앞서 유치원 교사와 간호사 등 여러 직업군을 연기하며 종사자들이 겪는 애환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대치동 엄마' 패러디 역시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 문화를 과장해 사회적 화제를 모았다. 특정 인물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문화를 포착해 풍자의 대상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이번 공무원 편은 기존 콘텐츠와 다소 결이 다르다. 공무원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을 보여주는 장면에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구호를 배치했지만, 두 소재를 연결할 만한 서사적 맥락은 제시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왜 하필 '재선거'라는 표현이 악성 민원 장면에 들어갔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풍자에서 창작자의 의도가 전부는 아니다. 현실과 가까운 소재를 다룰수록 실제 사건과 집단, 사회적 갈등과 겹쳐 읽힐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첨예한 표현을 사용할 때는 그것이 누구를 비판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웃음을 만드는지 더욱 분명해야 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사진=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핫이슈지' 콘텐츠가 사랑받은 이유는 자극적인 소재를 무작정 소비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관찰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사와 간호사 편이 공감을 얻은 것도, 대치동 엄마 패러디가 논쟁을 일으킨 것도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풍자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현실을 과장하고 비틀어 웃음을 만들어내지만, 그 웃음은 공감을 바탕으로 할 때 힘을 얻는다. 사회적 갈등을 자극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순간 풍자는 웃음보다 논란을 남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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