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연에게 '호프'는 단순한 차기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뒤 약 5년 만에 배우로서 선보이는 첫 영화인데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넘어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호연은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에서 탈북민 새벽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품은 공개 당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정호연 역시 미국 배우조합상(SAG)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여자연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그는 곧바로 다작 행보를 택하지 않았다. 배우로서의 다음 선택을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런 정호연이 선택한 작품이 '호프'다. '호프'는 가상의 지명 호포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호연은 극 중 호포항의 순경 성애 역을 맡았다. 성애는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면 망설이기보다 먼저 몸을 던지는 인물이다. 전작 '오징어 게임'의 새벽이 벼랑 끝에 몰린 인물의 절박함을 품고 있었다면, '호프'의 성애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용기를 지닌 캐릭터에 가깝다.
정호연은 캐릭터를 위해 외형과 체력 모두를 준비했다. 극 중 무거운 총기를 다루는 장면을 위해 근육량을 늘렸고, 드리프트 장면을 직접 소화하기 위해 1종 수동 면허도 취득했다. 액션 장면이 많은 작품인 만큼, 몸을 쓰는 방식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줘야 했다. 정호연에게 '호프'는 감정 연기뿐 아니라 신체적 에너지까지 요구하는 도전이었다.
'호프'가 정호연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얻은 글로벌 인지도는 큰 행운이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작품의 강렬한 이미지가 오래 남은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전작과 다른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 정호연은 '호프'에서 총기를 들고 현장을 누비는 순경 성애를 통해 새벽과는 다른 에너지와 결을 보여줘야 하낟 .
그는 개봉을 앞두고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있으면 그 자체로 감사하다"며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라도 관객에게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오징어 게임'의 후광을 의식하기보다, 배우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톱모델로 출발한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배우로 이름을 알렸고, 이제 '호프'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화제작의 중심에 선 만큼 기대와 부담은 함께 따른다. '호프'가 정호연에게 '오징어 게임' 이후의 다음 얼굴을 남기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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