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서 리메이크는 낯선 전략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NCT DREAM의 '캔디'(Candy)다. H.O.T.의 대표곡을 재해석한 '캔디y'는 원곡의 익숙함에 새로운 감성을 더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리메이크는 더 이상 과거의 명곡을 다시 부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검증된 IP를 새로운 세대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다시 소비시키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카라가 그 중심에 섰다. 리센느는 지난 8일 리메이크 싱글 '프리티 걸'을 발매하고 음악방송 활동에 돌입했다. 첫 컴백 무대에는 원곡 그룹 카라의 니콜이 깜짝 등장해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다. 원곡 가수와 후배 그룹이 한 무대에 선 이번 협업은 리메이크의 상징성을 더욱 키웠다.
영파씨도 13일 발표한 데뷔 첫 믹스테이프 '영 테이프'(young tape)의 타이틀곡으로 카라의 '미스터'를 선택했다. '미스터 2026'은 원곡 후렴을 칩멍크 스타일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랩과 멜로디를 더해 영파씨만의 색깔을 입혔다. 원곡을 재현하기보다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팀의 선택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대중성과 화제성이 검증된 곡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입히는 전략이다. 익숙한 멜로디를 활용해 기존 K팝 팬들의 관심을 끌면서도 새로운 팬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악적인 색깔도 현재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최근 걸그룹 시장에서는 강렬한 콘셉트보다 밝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를 앞세운 음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카라의 청량한 에너지와 대중적인 멜로디 역시 지금의 시장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다만 리메이크가 항상 안전한 선택인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원곡과 직접 비교될 수밖에 없는 데다, 자칫 원곡의 인기에 기대려 한다는 평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 특히 리센느의 경우 최근 '야호' 밈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다음 활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시점이었다. 팀만의 음악과 정체성을 선명하게 구축해야 할 타이밍에 카라의 대표곡을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존재감을 강화하기보다 원곡의 존재감을 다시 환기하는 효과가 더 컸다. 화제성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리센느만의 음악을 각인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검증된 IP의 가치는 K팝 시장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미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은 그 자체로 인지도가 있는 콘텐츠"라며 "새로운 팀의 색깔을 입히면 기존 팬과 신규 팬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원곡 가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센느의 '프리티 걸' 무대에는 니콜이 함께 올랐다. 이를 계기로 카라와 원곡에도 다시 관심이 쏠렸다. 신인은 검증된 명곡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고, 원곡 가수는 새로운 세대와 접점을 넓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리메이크는 더 이상 추억을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검증된 K팝 IP를 새로운 세대에 다시 연결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검증된 IP는 출발점을 만들어줄 뿐이다. 결국 리메이크의 성패는 원곡이 아니라 그 위에 얼마나 팀만의 색깔을 입히느냐가 결정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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