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오는 15일 개봉한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오는 15일 개봉한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익숙한 리듬은 그대로였지만 방식은 달랐다. '황해'와 '곡성'을 거쳐 '호프'로 돌아온 나홍진 감독은 156분이라는 자신만의 호흡을 유지한 채 첫 SF 영화에 도전했다. 외계인과 우주로 확장한 세계관, 초반부 전개 방식까지 실험하며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택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호프'는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마을에 출현한 비현실적인 존재를 마주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 존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이 출연했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를 통해 처음 SF 장르를 시도했다. 새로운 소재와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세계관은 우주로 넓혔다. CG로 외계인을 구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사실 이전 작품을 제작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외계인 손가락 하나까지 챙겨야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제작하는 분들이 존경스러웠죠. 사운드도 계속 수정했는데 믹싱실에서도 이제 제발 그만 오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영화 초반 50분이 황정민의 추격 장면으로 구성됐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초반 50분이 황정민의 추격 장면으로 구성됐다.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시도는 연출 방식에서도 이어졌다. 영화는 초반 약 50분 동안 외계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출장소장 범석을 연기한 황정민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쫓으며 긴장감을 끌어간다. 관객은 범석의 시선을 따라가며 간간이 들려오는 괴물 소리와 폐허가 된 농촌 풍경만으로 상황을 짐작해야 한다.

이 같은 구성은 관객의 평가가 갈릴 수도 있는 지점이다.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추적이 다소 지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홍진 감독은 이를 "도박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이 이같은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건 황정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정민 배우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해내고 증명한 배우잖아요. 믿을 수밖에 없어요. 초반에 대화하는 장면도 없고 배우 혼자서 달리고 숨으면서 외계인을 추적하는데 그 장면들을 순서대로 찍지도 않았어요. 어려운 연기죠."
조인성이 '호프'에서 범석 역을 맡았다. / 사진=텐아시아DB
조인성이 '호프'에서 범석 역을 맡았다. / 사진=텐아시아DB
영화는 출장소장 범석과 청년 성기(조인성 분),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반부가 외계인의 실체를 마주하는 범석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면, 후반부는 외계인과 대결하는 성기의 액션에 무게를 둔다. 성기는 외계인과의 압도적인 체격 차이에도 끝까지 맞선다. 나 감독은 "성기를 통해 끈질긴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이 '호프'를 구상하기 시작한 건 2018년경이다. 관객과 만나기까지 8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가 이 작품을 기획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부조리를 SF 장르 안에 녹여내는 것이었다. 나 감독은 "'호프'는 장르 자체를 살리는 데 집중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한국 관객은 한 작품에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호프'는 관객들에게 조금 낯설 수도 있는 작품이에요."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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