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의 흥행 동력은 한국 직장인에게 익숙한 직급인 '부장'을 히어로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은 데 있다. 평범한 가장이자 회계팀 부장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사실은 전직 특수공작원이었다는 반전은 극적 재미를 키운다.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회사원의 가면을 벗고 숨겨둔 능력을 꺼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공감과 짜릿한 대리만족을 동시에 안긴다.
이 작품의 카타르시스는 '회장과 신입사원의 바디 체인지'에서 발생한다. 겉모습은 조직의 최하위 직급인 신입사원이지만, 내면은 최고 권력자인 회장이다. 황준현의 얼굴을 한 강용호는 비협조적인 팀에 정면으로 맞서고, 신입사원의 위치에서 회장님의 서슬 퍼런 포스를 뿜어낸다. 안방극장에 일종의 '합법적 하극상' 재미를 선사하는 대목이다.
구시대적 회식 문화를 바꾸려는 장면 역시 직장인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회사에 저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판타지가 현실적인 오피스 풍경과 맞물리면서 힘을 얻는다. 여기에 회장의 숨겨진 딸인 강방글(이주명 분)과의 비리 척결 공조 서사까지 더해지며, 조직 내 가장 낮은 자리와 가장 높은 권력이 뒤섞이는 전개가 '을의 반란'을 꿈꾸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안긴다.
반대로 처음부터 특권을 장착한 인물의 수사극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시즌1 최고 시청률 11.0%를 기록했던 SBS '재벌X형사'는 오는 8월 7일 시즌2로 돌아온다. 제목부터 '재벌'과 '형사'라는 이질적인 신분과 직무를 결합해 주인공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각인시킨다. 현실에서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두 영역이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작품의 가장 큰 재미다. 특히 '김부장' 후속으로 편성돼 있어, 직급·직무 판타지의 흥행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현실의 위계를 뒤집는 쾌감이 강하다. 갑질 상사, 불합리한 조직 문화, 답답한 회사 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은 '평범한 부장님이 알고 보니 세계관 최강자', '어수룩한 신입이 알고 보니 회장', '계약직 사원이 알고 보니 엘리트 수사관'이라는 반전 설정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대중은 현실에서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직장 내 위계와 불만을 콘텐츠 속 신분 반전 판타지를 통해 대리 해소하고 있다. 익숙한 직급에 통쾌한 반전을 덧댄 작품들은 당분간 안방극장의 주요 흥행 공식으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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