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김부장'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넘겼다.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김부장'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넘겼다. / 사진=텐아시아DB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고 쓰는 회사 직급과 직무가 드라마 흥행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김부장'부터 '신입사원 강회장'까지, 제목에서부터 나와 내 동료의 이야기처럼 익숙한 호칭을 앞세워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고 있다. 요즘 드라마들은 '계급장 떼기'가 아니라 '계급장 달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김부장'·'강회장' 계급장 달고 붙자…시청률 대박 터진 직급 타이틀 [TEN스타필드]
가장 대표적인 주자는 소지섭 주연의 '김부장'이다. SBS 금토드라마인 이 작품은 2회 만에 전국 시청률 15.7%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3위에 진입하며 국내외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부장'의 흥행 동력은 한국 직장인에게 익숙한 직급인 '부장'을 히어로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은 데 있다. 평범한 가장이자 회계팀 부장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사실은 전직 특수공작원이었다는 반전은 극적 재미를 키운다.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회사원의 가면을 벗고 숨겨둔 능력을 꺼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공감과 짜릿한 대리만족을 동시에 안긴다.
'신입사원 강회장'에 직장 생활의 다양한 면면이 담기고 있다. / 사진제공=SLL
'신입사원 강회장'에 직장 생활의 다양한 면면이 담기고 있다. / 사진제공=SLL
시청률 11.1%를 돌파하며 상반기 히트작으로 자리 잡은 JTBC '신입사원 강회장' 역시 계급장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대기업 최성그룹을 이끄는 회장 강용호(손현주 분)가 불의의 사고로 황준현(이준영 분)과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오피스 활극이다.

이 작품의 카타르시스는 '회장과 신입사원의 바디 체인지'에서 발생한다. 겉모습은 조직의 최하위 직급인 신입사원이지만, 내면은 최고 권력자인 회장이다. 황준현의 얼굴을 한 강용호는 비협조적인 팀에 정면으로 맞서고, 신입사원의 위치에서 회장님의 서슬 퍼런 포스를 뿜어낸다. 안방극장에 일종의 '합법적 하극상' 재미를 선사하는 대목이다.

구시대적 회식 문화를 바꾸려는 장면 역시 직장인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회사에 저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판타지가 현실적인 오피스 풍경과 맞물리면서 힘을 얻는다. 여기에 회장의 숨겨진 딸인 강방글(이주명 분)과의 비리 척결 공조 서사까지 더해지며, 조직 내 가장 낮은 자리와 가장 높은 권력이 뒤섞이는 전개가 '을의 반란'을 꿈꾸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안긴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엘리트 증권감독원 감독관이 증권사에 위장 취업해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 사진제공=tvN
'언더커버 미쓰홍'은 엘리트 증권감독원 감독관이 증권사에 위장 취업해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 사진제공=tvN
지난 3월 시청률 13.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tvN '언더커버 미쓰홍'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이 작품은 30대 엘리트 증권감독원 감독관 홍금호(박신혜 분)가 한민증권에 20살 고졸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는 이야기다. 계약직 '미쓰홍'의 정체가 비밀 요원이라는 설정은 익숙한 직장 호칭에 반전의 재미를 입힌다. 회사의 부조리를 내부에서 깨부수고, 사무실을 수사 활극의 무대로 바꾸며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했다.

반대로 처음부터 특권을 장착한 인물의 수사극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시즌1 최고 시청률 11.0%를 기록했던 SBS '재벌X형사'는 오는 8월 7일 시즌2로 돌아온다. 제목부터 '재벌'과 '형사'라는 이질적인 신분과 직무를 결합해 주인공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각인시킨다. 현실에서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두 영역이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작품의 가장 큰 재미다. 특히 '김부장' 후속으로 편성돼 있어, 직급·직무 판타지의 흥행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부장'은 공작원이라는 과거 신분을 숨긴 채 은행 부장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자신의 전부인 딸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 사진제공=SBS
'김부장'은 공작원이라는 과거 신분을 숨긴 채 은행 부장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자신의 전부인 딸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 사진제공=SBS
이처럼 '직급 드라마'가 대중을 사로잡는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제목의 직관성이 주는 낮은 진입장벽이다. '부장', '회장', '사원', '형사' 같은 단어는 시청자가 작품을 보기도 전에 조직 내 권력 구도와 인물의 위치를 단번에 짐작하게 만든다. 제목 자체가 하나의 세계관 설명서로 작동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실의 위계를 뒤집는 쾌감이 강하다. 갑질 상사, 불합리한 조직 문화, 답답한 회사 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은 '평범한 부장님이 알고 보니 세계관 최강자', '어수룩한 신입이 알고 보니 회장', '계약직 사원이 알고 보니 엘리트 수사관'이라는 반전 설정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대중은 현실에서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직장 내 위계와 불만을 콘텐츠 속 신분 반전 판타지를 통해 대리 해소하고 있다. 익숙한 직급에 통쾌한 반전을 덧댄 작품들은 당분간 안방극장의 주요 흥행 공식으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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