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마지막 화에서 8.1%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는 ENA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다. '허수아비'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은 "사실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이지현 작가를 만났다. 이날 제작진은 작품의 탄생 과정부터 기획 의도, 캐스팅 비하인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 차시영(이희준 분)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벌어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허수아비'를 기획안 이유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박 감독은 "이춘재 연쇄 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쓴 윤성여 씨와 피해자들을 만났던 적이 있다. 당시 지나가는 말로 '이런 이야기로도 드라마를 할 수 있냐'고 했었다. 처음에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 사건으로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지현 작가는 6개월 정도 제안을 고사했다고.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실화를 다루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경찰이 아이를 묻는 것까지 다루고 싶다고 하셔서 그 부분이 어려웠다. 계속 거절했는데도 감독님이 엄청 설득하셔서 함께하게 됐다. 드라마가 끝나고 보니 나를 포기하지 않고 '허수아비' 작가로 참여하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라며 웃었다.
가장 캐스팅을 고민했던 역할로는 살인사건의 진범 이용우 역을 꼽았다. 박 감독은 "박해수, 이희준, 곽선영 등 주요 배우들이 있었지만, 이용우 역은 특히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정문성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다. 진범의 노년 연기는 또 다른 배우를 섭외할까 생각했었는데 그대로 정문성 배우에게 맡긴 것이 결과적으로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극 초반 진범 이용우의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던 만큼, 목소리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추측도 이어졌다. 이후 정문성 배우가 이용우로 등장하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초반 목소리와 느낌이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준우 감독은 진범 목소리에 AI 보이스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얼굴은 보여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목소리는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AI 보이스 업체와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박해수 배우 목소리도 넣어보고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섞어봤는데 이희준 배우의 목소리를 섞었을 때 유일하게 다르게 들렸다. 그래서 초반에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섞어 사용했다. 범인의 얼굴이 공개된 7부 이후부터는 비율을 5대5에서 6대4 등으로 조금씩 조정했고, 마지막에는 정문성 배우 본인의 목소리로 서서히 넘어가도록 했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박준우 감독은 "실제 사건에서는 태주처럼 반성했던 사람은 없었던 걸로 안다.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았다면 사건의 진실 역시 끝내 드러나기 어려웠을 거다. '허수아비'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싶었다. 이 드라마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분들이 정말 많이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는데, 그분들이 이 작품을 얼마나 만족스럽게 봐주실지는 모르겠어요. 당시 사건으로 평범한 일상을 잃고 큰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길 바랍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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