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승목은 '허수아비'에서 차무진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SM C&C
배우 유승목은 '허수아비'에서 차무진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SM C&C
데뷔 37년 차, 나이는 56세.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배우 유승목은 이제 자신의 전성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오랜 무명 시절 끝에 백상예술대상에서 데뷔 후 첫 수상의 기쁨을 안은 데 이어, '유 퀴즈 온 더 블럭'까지 출연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종영을 맞아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SM C&C 사옥에서 배우 유승목을 만났다. 유승목은 극 중 예비역 장군 출신 정치인 차무진 역을 맡았다. 차무진은 절대 권력을 가진 악인으로 강태주(박해수 분)와 차시영(이희준 분)을 끊임없이 압박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허수아비'는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에 나서며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에서도 단순한 범죄물에 그치지 않고, 비극을 겪은 이들의 상처와 삶을 재조명하며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받았다.
'허수아비'는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에 나서며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허수아비'는 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에 나서며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허수아비'는 첫 방송 시청률 2.9%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자체 최고 시청률 8.1%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유승목은 드라마의 인기를 타 작품의 촬영 현장에서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현장에 촬영하러 가면 스태프분들이 진범의 정체를 계속 물어보더라. 다들 바쁜 와중에도 드라마를 다 챙겨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밝혔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제작진, 배우들 모두 책임감을 갖고 작업했다. 어느 하나 쉬운 부분이 없었다"며 "작품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임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희 작품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범인 검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고, 비극을 겪은 모든 사람들의 삶과 아픔에 대해 다루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작품을 보며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했다. 그는 "배우 곽선영부터 정문성, 서지혜 등 작품에 출연한 모두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주연배우인 박해수와 이희준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이어갔다. 최종회 방영 직전 두 사람에게 연기 칭찬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는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어 답장을 직접 읽어줬다. 박해수는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백상 수상 소감도 감명 깊었습니다"고 답했고, 이희준은 "함께해 주신 덕분입니다. 형님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은 편집돼서 아쉽네요"라고 농담 섞인 답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승목은 극 중 차시영(이희준 분)의 아버지 차무진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SM C&C
유승목은 극 중 차시영(이희준 분)의 아버지 차무진 역을 맡았다. / 사진제공=SM C&C
유승목은 자신의 또 다른 대표작인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해당 작품으로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남우 조연상을 차지하며 데뷔 후 첫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그는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가족들은 눈물바다가 됐더라"며 "수상 후 15분 정도 지나고 쉬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계속 울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수상 소감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다는 그는 "원래 댓글을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모두 챙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로는 '연기 정말 잘 하신다'를 꼽았다. 그는 "예전부터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 꿈을 이룬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 이야기'를 포함해 여섯 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류승룡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김 부장 이야기' 촬영이 끝나고 류승룡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까지 함께했던 작품들의 사진을 직접 찾아 연도별로 정리해 보냈더라"며 "'우리가 30대부터 50대까지 함께했네요. 앞으로 60대, 70대도 멋지게 같이 가요'라는 메세지도 받았다"고 말해 남다른 동료애를 보여줬다.
유승목은 극 중 악역으로 활약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 사진제공=SM C&C
유승목은 극 중 악역으로 활약하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 사진제공=SM C&C
유승목은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럭'까지 출연하며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오랜 무명 시절을 버티게 해 준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가족과 함께 방송을 챙겨봤다는 그는 "TV를 틀고 맨 앞에 앉아서 유퀴즈를 시청했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둘 다 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전성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다만 지금의 인기가 사그라들어도 계속 '연기 잘 한다'는 얘기를 듣는 배우로 끝까지 가고 싶다"며 "원대한 목표를 잡기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유승목은 과거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단역 시절 나를 아껴주시던 연출가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 날 그분이 나를 부르더니 '승목아 지금처럼만 끝까지 열심히 해. 그럼 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은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생각났다. 그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묵묵히 연기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주원 텐아시아 기자 pjw0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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