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부인'의 공식 포스터. /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의 공식 포스터. / 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전량 폐기'라는 과격한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SBS '조선구마사' 사태와 비슷해 보이지만, 작품이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11회에서는 극 중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즉위식 장면에서 제후국을 연상시키는 복식과 예법이 등장해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시청자들은 "대한민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표현한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1세기 대군부인'에 출연한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 / 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에 출연한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 / 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
이에 '21세기 대군부인' 측은 다음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추후 재방송 및 VOD, OTT 서비스에서 문제 장면의 오디오와 자막을 최대한 빠르게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주연배우인 변우석과 아이유 역시 18일 사과문을 게재하며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드라마의 화제성이 컸던 만큼 비판 여론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는 등 집단 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도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 시정 요구를 전달한 상황이다.
SBS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됐다. / 사진제공=SBS '조선구마사'
SBS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됐다. / 사진제공=SBS '조선구마사'
이번 논란은 2021년 '조선구마사'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 직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국풍 소품이 등장하고, 태종이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하는 장면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광고 및 제작 지원 철회가 잇따르고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오는 등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방송은 단 2회 만에 편성 취소 및 전량 폐기됐다. 해외 판권 역시 계약 해지 수순을 밟았다.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진 지금, '21세기 대군부인'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디즈니 플러스에 입점해 방송과 동시에 글로벌 스트리밍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 15일 디즈니플러스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공개 후 28일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로 꼽힐 만큼 큰 영향력을 보였다.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이 '조선구마사'보다 위험한 이유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지난 16일 종영했다. / 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은 지난 16일 종영했다. / 사진제공=MBC '21세기 대군부인'
18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OTT 플랫폼과 VOD에서는 문제 장면이 삭제됐지만, 글로벌 OTT인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여전히 편집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OTT는 빠른 확산력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번 '21세기 대군부인' 역사 왜곡 논란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21세기 대군부인'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논란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발빠른 사과와 후속 조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 K-콘텐츠 제작진이 지녀야 할 책임의 무게를 다시금 보여준다. 하나의 장면도 국경을 넘어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더욱 철저한 사전 검수와 신중한 제작 태도가 필요하다.

박주원 텐아시아 기자 pjw0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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