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건 '살목지'의 흥행 방식이다. 한때 극장가는 유명 배우와 대규모 제작비, 화려한 볼거리가 관객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흥행작들은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장르에 충실한 재미, 복잡한 해석보다 직관적인 몰입감을 앞세운 작품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
'살목지' 역시 30억 원 규모의 중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막대한 제작비나 스타 캐스팅에 기대기보다 공포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체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16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은 '왕과 사는 남자' 역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아니었다. 제작비 규모보다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명확한 재미가 흥행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관람 이후의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젊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끝내는 데 그치지 않고 SNS에 후기를 공유하거나, 영화 속 분위기를 현실에서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왕과 사는 남자' 관람 후 단종 유배지인 강원 영월을 찾거나, '살목지' 관람 후 실제 배경이 된 충남 예산의 저수지를 방문하는 식이다. 영화가 하나의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될수록 화제성도 커지는 구조다.
비싸진 영화 티켓 가격 역시 관객의 선택 기준을 바꿔놓았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진 만큼, 관객은 실패 가능성이 낮은 작품을 고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제한된 시간과 비용 안에서 확실한 만족감을 얻고 싶어 하는 분위기 속에서 코미디, 공포처럼 장르적 쾌감이 분명한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민용준 대중문화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에 코미디나 호러 유행이 일어났던 것처럼 요즘 영화관을 찾는 10~20대 관객 사이에서 명확한 장르 특징이 보이는 작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령대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애니메이션도 흥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지금 극장가에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다. 얼마나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지, 얼마나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는지보다 관객에게 어떤 재미를 얼마나 분명하게 전달하느냐가 흥행의 관건이 됐다. 장르물 '군체',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 등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장르적 쾌감을 앞세운 작품들의 흥행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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