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김무열도 못 살렸다...'크레이지 투어', 김태호표 예능의 반복된 숙제
출발 전 각오는 분명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은 "연예인들이 돈 받고 여행 가서 꿀 빨고 돌아온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말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여행"이라며 기존 여행 예능과 다른 고강도 콘셉트를 예고했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뒤 남은 반응은 기대와 온도 차가 컸다.
특히 김무열에게는 첫 고정 예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배우로서 익숙한 얼굴이 예능에서 어떤 새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가 쏠렸다. 그러나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바꿀 만한 캐릭터로 확장되지는 못했다. 출연진 개인의 매력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매력이 살아날 수 있는 판이었지만, '크레이지 투어'는 그 지점을 충분히 설계하지 못했다.
지적할 수 밖에 없는 문제는 김태호 PD의 부진이 이번 한 작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작 MBC '마니또 클럽' 역시 2.1%로 출발했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하락세를 보였고, 최종회는 0.9%로 종영했다. 그룹 블랙핑크 제니, 배우 고윤정, 정해인 등 화제성 높은 스타들이 출연했음에도 시청률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예능은 한 번 흐름을 놓치면 다시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장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두 프로그램 모두 회차가 쌓일수록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초반 유입에 실패한 것을 넘어, 들어온 시청자들을 붙잡는 데에도 한계를 보였다는 의미다.
한때 국내 예능의 흐름을 주도했던 김태호 PD이기에 현재의 부진은 더 크게 다가온다. '무한도전' 이후 김태호라는 이름은 곧 실험과 도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최근 성적표는 스타 캐스팅과 낯선 콘셉트만으로는 시청자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출연진이 아니라 더 분명한 시청 이유다. 누가 떠나는 여행인지, 어떤 미션을 수행하는지보다 중요한 건 그 여정을 시청자가 왜 따라가야 하는지다. 김태호표 예능이 다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캐스팅의 크기보다 기획의 밀도, 콘셉트의 신선함보다 지속 가능한 재미의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