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아이돌인데 진짜 팬 생겼다…'와일드 씽' 트라이앵글의 세계관 전략
트라이앵글은 영화 '와일드 씽' 속 혼성 그룹이다. / 사진=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 캡쳐
트라이앵글은 영화 '와일드 씽' 속 혼성 그룹이다. / 사진=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 캡쳐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개된 영상 하나가 영화 팬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배우 강동원은 춤을 추고, 엄태구는 폭풍 랩을 쏟아낸다. 최근까지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박지현도 발랄한 모습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영화 '와일드 씽' 속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다. 영화 홍보용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관객들은 어느새 이 가상의 그룹 세계관에 몰입하고 있다.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다 하루아침에 해체된 그룹 트라이앵글의 리더 현우(강동원 분)가 20년 만의 재기를 위해 흩어져 있던 멤버들을 다시 모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출연하고 '이층의 악당', '해치지 않아'를 연출한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와일드 씽'에 출연하는 배우 강동원.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에 출연하는 배우 강동원.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은 줄거리를 앞세우기보다 극 중 그룹의 활동 당시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하는 홍보 방식을 택했다. 예고편보다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된 이례적인 방식이다. 작품의 줄거리보다 트라이앵글이라는 그룹의 존재를 먼저 각인시키며, 관객을 영화보다 세계관으로 먼저 끌어들인 셈이다. 영상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뮤직비디오는 업로드 8일 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돌파했고, 멤버 소개 영상도 하루 만에 40만회를 넘겼다.

'와일드 씽' 배우들은 자칫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퍼포먼스를 여유롭게 소화했다. 평소 예능 노출이 적고 진중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들이 작정하고 2000년대 아이돌 특유의 시선 처리와 제스처를 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180도 달라진 배우들의 모습에 대중도 유쾌하게 반응했다. 뮤직비디오 댓글에는 "콘셉트가 아니라 그냥 그 시절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대표 내향인 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런 결과를 만든 거지", "일단 영화 홍보는 성공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는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가득 담았다. / 사진=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 캡쳐
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는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가득 담았다. / 사진=트라이앵글 뮤직비디오 캡쳐
극 중 트라이앵글은 2001년 데뷔한 그룹이다. 뮤직비디오는 그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4:3 화면 비율, 낮은 화질, 과한 필터와 스타일링까지 2000년대 초반 뮤직비디오 문법을 의도적으로 재현했다. 관객들은 트라이앵글을 내세운 콘텐츠가 영화 홍보 일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흔쾌히 이 설정에 빠져들었다. 마치 트라이앵글이 실제 활동했던 그룹인 것처럼 즐기는 분위기다.

과몰입은 영상에서 그치지 않았다. 트라이앵글에 대한 온라인 백과사전 페이지가 따로 마련됐고, 타이틀곡 'Love is'는 실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제공됐다. 가상의 그룹을 실제 활동했던 팀처럼 소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치밀한 세계관 구축을 통해 관객은 단순히 영화를 기다리는 단계에서 나아가, 극 중 세계를 미리 경험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관객은 이제 영화 개봉일만 기다리지 않는다. 짧은 영상, 밈, 음원, 설정값을 통해 개봉 전부터 작품을 가지고 논다. '와일드 씽'은 이 소비 방식을 정확히 건드린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흐름 속에서 관객을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닌 능동적인 참여자로 끌어들인다. 개봉 전부터 관객을 트라이앵글의 팬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영화 '와일드 씽'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 관계자는 뮤직비디오 선공개에 대해 "혼성그룹이라는 메인 콘셉트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라이앵글 팬덤 확장을 위해 아이돌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가 아직 남아있으니 기대해 달라"며 또 다른 과몰입 장치를 예고했다.

'와일드 씽' 개봉까지 영화 속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세계관 홍보의 성공이 곧 영화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트라이앵글이라는 가상의 그룹을 향한 호기심이 실제 극장 관람으로 이어질 때, '와일드 씽'의 실험도 완성된다.

박의진 텐아시아 기자 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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