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SEYE, LE SSERAFIM and ILLIT Photo Courtesy of HYBE
KATSEYE, LE SSERAFIM and ILLIT Photo Courtesy of HYBE
하이브 산하의 캣츠아이(KATSEYE), 르세라핌(LE SSERAFIM), 그리고 아일릿(ILLIT)이 최근 수개월 내에 잇달아 신곡을 내놨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곡이 모두 비슷한 음악적 구성을 취하고 있단 점이다. K팝 팬들사이에서는 노래 구성이 비슷하단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식 음악 성공 공식을 적용하다보니 아티스트별 차별화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29일 본지가 하이브 산하 여자아이돌 3개 그룹(캣츠아이, 르세라핌, 아일릿)의 최근 발매곡을 분석해보니 이들 곡은 모두 '안티 드롭(anti-drop)' 구조의 후렴구, 챈트(구호) 중심의 훅, 그리고 테크노 팝 프로덕션이라는 공통된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지난 4월 9일 발매된 캣츠아이의 ‘Pinky Up’은 강렬한 퍼커션과 베이스, 화려한 신스 텍스처가 결합된 공격적인 테크노 드럼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세련미와 날카로움 사이를 오가는 왜곡된 클럽 프로덕션은 마치 애프터파티가 열리는 창고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사 역시 여성들의 우정을 반항적인 코드로 풀어내며, 현재의 순간에 몰입해 자유롭게 살아가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사실 캣츠아이에게 이러한 시도는 완전히 낯선 변화는 아니다. 전작 ‘GNARLY’에서 이미 글리치(glitch) 요소가 강한 에너지를 선보이며 그룹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글로벌한 화제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ebut’나 ‘Touch’ 같이 가창력에 집중했던 초기 곡들과 비교하면, 이번 6인조의 행보는 확실한 음악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KATSEYE 'Pinky Up' Promotion Poster - Photo Courtesy of HYBE
KATSEYE 'Pinky Up' Promotion Poster - Photo Courtesy of HYBE
문제는 독자적인 콘셉트를 구축해온 르세라핌과 아일릿에서 이 공식이 두드러지면서 발생한다. 지난 24일 공개된 르세라핌의 선공개 곡 ‘Celebration’은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반복적인 훅과 드라마틱한 드롭을 사용했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이에 맞설 힘을 얻는 순간을 찬양한다는 메시지는 그룹의 기존 서사인 ‘자기애’ 및 ‘확신’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챈트 중심의 곡 구조는 ‘EASY’나 ‘ANTIFRAGILE’ 같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청각적으로 다소 비어 있고 빈약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평이다.

아일릿 역시 비슷한 반응에 직면했다. ‘Not Cute Anymore’의 흥행을 통해 부드럽고 몽환적인 ‘매지컬 걸’ 정체성을 확고히 했던 아일릿이었으나, 지난 4월 30일 베일을 벗은 신곡 ‘It’s Me’는 리스너들에게 다소 생경한 충격을 안겼다.

해당 곡은 테크노 기반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반복적인 구성과 비(非)보컬 중심의 벌스(verse)를 전면에 내세운다. 보컬의 역량이 드러나는 지점은 프리코러스가 유일하며, 이후 노래는 곧바로 반복적인 챈트 위주의 후렴구로 전환된다.

물론 이번 컴백을 통해 아일릿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공교로운 발매 시점 탓에 하이브 산하의 다른 걸그룹들과 동일한 구조적 궤도 내에 머물게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아일릿 특유의 ‘마법 같은’ 독창적인 색깔은 희석되었고, 대신 거대한 제작 트렌드라는 흐름에 편승했다는 평가다.

이 세 그룹의 음악적 유사성은 최근 업계가 ‘멜로디 중심’에서 ‘개성 및 분위기(Vibe)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발적인 보컬 후렴구 대신, 반복되는 구절과 직관적인 안무를 통해 바이럴(Virality)을 노리는 방식이다. 청중에게 음악적 감동을 전달하기보다,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공유되고 자본화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고 있다.
르세라핌 정규 2집 ''PUREFLOW' pt1' 트레일러 캡처본 / 사진 제공=쏘스뮤직
르세라핌 정규 2집 ''PUREFLOW' pt1' 트레일러 캡처본 / 사진 제공=쏘스뮤직
이러한 구조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에서 극대화된다. 반복되는 퍼포먼스 챌린지는 빠르게 확산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캣츠아이의 ‘GNARLY’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3주 만에 여론을 반전시키며 큰 주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의 실력보다는 곡의 ‘화제성’이나 ‘논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구조다.

보컬 역량이 뛰어난 멤버들을 보유한 그룹들에게 이 공식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허윤진, 소피아 라포르테자, 박민주, 라라 라즈 등은 라이브 무대와 커버 곡을 통해 이미 뛰어난 가창력을 증명한 바 있다. 팬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사랑하지만, 안티 드롭 구조는 멜로디의 쾌감을 챈트로 대체하며 보컬의 활용 범위를 제한한다. 이는 단순히 장르적 취향의 문제를 넘어,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트렌드에 매몰되어 자신들의 강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아일릿 미니 4집 GRWM 콘셉트 포토 / 사진 제공=빌리프랩(하이브)
아일릿 미니 4집 GRWM 콘셉트 포토 / 사진 제공=빌리프랩(하이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고유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렌드에만 치중한 공식이 반복될수록 팬들은 특정 사운드를 듣고 “누구의 노래 같다”가 아니라 “하이브 사운드네”라고 느끼게 된다. 이는 아티스트의 개별 정체성을 하이브라는 거대 브랜드 안에 매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캣츠아이에게는 이 변화가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이미 확실한 색깔을 가진 르세라핌과 아일릿에게는 기존 음악적 정체성을 흔드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티스트의 실험은 장려되어야 하지만, 유사한 장르의 과도한 사용은 차트 성적 하락은 물론 팬들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하이브의 모든 그룹이 동일한 사운드를 내기 시작하면, 시장 내에서 다른 장르를 원하는 리스너들을 경쟁사에게 내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안티 드롭 테크노 팝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공식’이 ‘아티스트의 정체성’보다 우선시되는 순간, 장기적인 팬덤의 지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K-팝의 지속 가능성은 트렌드 너머의 확고한 아티스트 정체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Guzman Gonzalez Hannah 텐아시아 기자 hannahglez@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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