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장편 데뷔작 '보호자'(2023) 역시 배우 출신 감독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액션 연출 자체는 볼거리가 있었지만,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은 서사와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선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는 약 12만 명에 그쳤다. 스타 배우의 이름값이 관심을 모으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연출적 설득력까지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감독으로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배우도 있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 '윗집 사람들' 등을 선보인 하정우다.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연출자로서 색깔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초반의 실험적 결에서 출발해 점차 대중성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커리어의 확장이라는 측면도 있다. 이미지와 나이에 따라 쓰임이 달라질 수 있는 배우와 달리, 감독은 안목과 역량이 있다면 비교적 길게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 배우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투자와 제작 환경에서도 배우 출신 감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작품 활동을 통해 쌓아온 인맥과 인지도가 캐스팅과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 배우의 연출작'이라는 점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런 구조는 한편으로 배우의 인지도가 연출 데뷔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배우 출신 감독의 작품에는 감독 본인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연기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자기 객관화가 어려워질 위험도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 출신 감독들은 현장 이해도는 높지만, 객관적인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2일에는 또 한 명의 배우가 감독으로서 관객과 만난다. 정우가 영화 '짱구'를 선보이는 것이다. '짱구'는 '바람'(2009)의 후속작으로, 배우 지망생의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정우가 오성호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아 단독 연출의 부담을 나눴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작 '바람'이 이른바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릴 만큼 강한 팬층을 지닌 만큼, 이번 '짱구'가 그 향수를 확장하는 데 성공할지, 혹은 전작의 기억에 기대는 결과로 남을지는 결국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가를 전망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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