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영화를 선보인 배우 정우성(왼쪽)과 장동윤. / 사진=텐아시아DB
감독으로서 영화를 선보인 배우 정우성(왼쪽)과 장동윤. / 사진=텐아시아DB
메가폰을 잡는 배우들이 점차 늘고 있다. 카메라 앞 피사체를 넘어, 카메라 뒤 창작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싶어 하는 욕구는 배우들에게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의욕만으로 완성도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연출은 또 다른 영역인 만큼, 충분한 설계와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배우의 감독 도전은 오히려 한계를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로망은 찬란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정우성·장동윤, 직접 잡은 메가폰의 무게[TEN스타필드]
15일 개봉한 장동윤의 첫 장편 연출작 '누룩'은 배우의 연출 도전이 얼마나 험난한지 짐작하게 하는 사례다. 다양성 영화 특유의 감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화면 전환과 편집, 서사 전달 방식에서 매끄럽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이 지닌 의도와 상징은 읽히지만, 이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에 비해 연출적 완성도가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우성의 장편 데뷔작 '보호자'(2023) 역시 배우 출신 감독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액션 연출 자체는 볼거리가 있었지만,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은 서사와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선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는 약 12만 명에 그쳤다. 스타 배우의 이름값이 관심을 모으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연출적 설득력까지 확보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배우 장동윤이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인 영화 '누룩'을 선보였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배우 장동윤이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인 영화 '누룩'을 선보였다. / 사진제공=로드쇼플러스
물론 성공 사례도 있다. 이정재는 첫 연출작 '헌트'(2022)로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고,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첩보 액션이라는 비교적 대중적인 장르 선택과 스타 캐스팅, 탄탄한 완성도가 맞물리며 감독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윤석 역시 '미성년'(2019)을 통해 배우 이미지와는 또 다른 섬세한 연출 감각을 보여주며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감독으로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배우도 있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 '윗집 사람들' 등을 선보인 하정우다.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연출자로서 색깔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초반의 실험적 결에서 출발해 점차 대중성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 '보호자'는 정우성이 연출하고 출연한 작품이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보호자'는 정우성이 연출하고 출연한 작품이다. /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렇다면 배우들은 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감독에 도전할까. 가장 큰 이유는 창작의 주도권이다. 선택받는 위치에 놓이기 쉬운 배우에게 연출은 자신이 직접 세계관을 만들고 이야기를 설계할 수 있는 방식이 된다.

커리어의 확장이라는 측면도 있다. 이미지와 나이에 따라 쓰임이 달라질 수 있는 배우와 달리, 감독은 안목과 역량이 있다면 비교적 길게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 배우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연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투자와 제작 환경에서도 배우 출신 감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작품 활동을 통해 쌓아온 인맥과 인지도가 캐스팅과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타 배우의 연출작'이라는 점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이런 구조는 한편으로 배우의 인지도가 연출 데뷔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배우 출신 감독의 작품에는 감독 본인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연기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자기 객관화가 어려워질 위험도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 출신 감독들은 현장 이해도는 높지만, 객관적인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의 연출작이자 주연작 영화 '바람'이 4월 22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정우의 연출작이자 주연작 영화 '바람'이 4월 22일 개봉한다. /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감독 도전은 배우에게 양날의 검이다. 이름값은 제작비와 관심을 끌어오는 티켓이 될 수 있지만, 일단 작품이 공개된 뒤 관객이 평가하는 것은 결국 연출력이다. 스타성이 완성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선례를 통해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22일에는 또 한 명의 배우가 감독으로서 관객과 만난다. 정우가 영화 '짱구'를 선보이는 것이다. '짱구'는 '바람'(2009)의 후속작으로, 배우 지망생의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정우가 오성호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아 단독 연출의 부담을 나눴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작 '바람'이 이른바 '비공식 천만 영화'로 불릴 만큼 강한 팬층을 지닌 만큼, 이번 '짱구'가 그 향수를 확장하는 데 성공할지, 혹은 전작의 기억에 기대는 결과로 남을지는 결국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가를 전망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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