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힌 배우 이동건, 박한별, 이상엽 / 사진=텐아시아DB
숏드라마로 활동 반경을 넓힌 배우 이동건, 박한별, 이상엽 / 사진=텐아시아DB
한때 중국식 B급 감성으로 치부되던 숏드라마가 빠르게 주류 콘텐츠로 진입하고 있다. 숏폼 소비 확산과 제작 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며, 배우와 감독까지 유입되는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하는 흐름이다.
이준익·이병헌→이동건·이상엽 나선 숏드라마, 콘텐츠 시장 뒤흔든다 [TEN스타필드]
최근 숏드라마의 확장세는 뚜렷하다. '폭풍 같은 결혼생활'의 이상엽을 비롯해 '청소부의 두 번째 결혼' 고주원·박한별,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 박하선·이동건, '연하 재벌남의 첫사랑은 하우스키퍼' 홍수현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잇따라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신인 위주 콘텐츠로 여겨지던 숏드라마에 중견 배우들이 합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화가 감지된다.

감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동주'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의 메가폰을 잡았고,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역시 '애 아빠는 남사친'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검증된 연출자'들이 숏드라마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유의미한 신호다.
숏드라마 주연을 맡은 이상엽, 박한별, 이동건 / 사진=드라마박스, 펄스픽
숏드라마 주연을 맡은 이상엽, 박한별, 이동건 / 사진=드라마박스, 펄스픽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급격히 변화한 콘텐츠 소비 패턴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5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의 78.9%가 숏폼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이용률은 58.1%에서 70.7%, 78.9%로 꾸준히 상승했다. 짧고 빠른 소비에 익숙해진 시청 행태가 자연스럽게 숏드라마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제작 구조 역시 중요한 변수다. 기존 드라마가 회당 수십억 원의 제작비와 1년 이상의 제작 기간을 필요로 하는 반면, 숏드라마는 2~3개월 내 수천만 원 수준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짧은 제작 기간은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구조라 매력적이다.
78.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숏폼 콘텐츠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2025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보고서
78.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숏폼 콘텐츠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2025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보고서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텐아시아에 "최근 제작사들이 숏드라마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 인지도 높은 배우와 감독을 영입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드라마와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숏드라마가 새로운 돌파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주류 콘텐츠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김 평론가는 "대중적으로 폭넓게 소비되는 히트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주로 젊은 층 중심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30~40대까지 확장될 수 있는 콘텐츠가 나와야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숏드라마는 분명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세대 확장과 대표 히트작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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