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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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크게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무대 위 세트들은 150분 동안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영혼까지 끌어모은 의도가 보였다. 또 정선아, 차지연, 조형균 등 인지도와 실력 모두 갖춘 배우들을 포섭한 점에선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각오도 느껴졌다. 그러나 14세 이상 관람가인 이 작품을 중학생 1학년이 관람해도 될지는 우려스럽다. 작품에 아역 배우도 출연하는데 담배부터 섹드립까지, 꼭 필요했을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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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개막한 뮤지컬 '렘피카'(연출 김태훈)는 러시아 혁명과 세계 대전의 격변기 속에서도 붓 하나로 세상을 지배하고자 했던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욕망과 사랑, 예술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렘피카의 예술적 자아와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대담한 여정을 그린다.

20세기 초 렘피카는 러시아 혁명과 전쟁의 포화를 피해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피신한다. 가혹한 타지에서 생계를 잇기 위해 시작한 그림은 생계 수단을 넘어 예술 세계로 확장된다. 그녀의 작품은 파리 상류층과 예술계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 라파엘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매력에 끌린 렘피카는 라파엘라를 모델로 삼고 그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렘피카는 라파엘라를 통해 예술을 넘어선 복잡한 갈망을 느끼고 안정된 가정 사이 혼란을 겪는다.
사진=정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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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무대 위 여러 세트들로 아시아 최초 상연이라는 강렬함을 안겼다. 렘피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녹색 부가티를 탄 자화상', '아름다운 라파엘라' 등이 무대 위 교차돼 보여지는데, 마치 렘피카의 개인 전시장 내부을 연상시켰다. 또 거대 철제 구조물을 활용해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을 표현했고, 렘피카와 라파엘라의 감정이 주로 보여지는 작업실은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조명은 공연의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모든 구조물 테두리에 조명을 붙여 때론 콘서트장처럼, 때론 재즈바처럼 표현했다. 이러한 연출이 넘버들과 만났을 땐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2024년 제77회 토니어워즈에서 무대디자인상에 노미네이트 됐다는 사실이 납득 가능한 부분이었다.

라파엘라 역의 차지연, 린아, 손승연 캐스팅 구조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세 사람이 풍부한 성량과 대체적으로 낮은 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털털하고 자유분방한 라파엘라와 높은 싱크로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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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4세 이상 관람가라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1막에서는 동성의 렘피카와 라파엘라가 첫 잠자리를 나누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졌고, 남자 배우가 "물건"이라는 대사와 함께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손으로 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 라파엘라가 렘피카의 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 라파엘라가 렘피카의 입에 담배 연기를 주입하는 장면 등이 다수 포함됐다.

2막에서는 "내 입구에도 쓸만한 게 있으면 좋겠어요", "나 수갑 좋아해" 등 1막보다 더한 섹드립이 난무했다. 작품에는 아역 배우도 출연한다. 렘피카의 딸 역할이다. 해당 장면들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그 아역 배우도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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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구성이라고 알려진 넘버들도 한국 정서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현대적인 팝과 록, R&B 요소가 결합된 점은 참신했으나, 일부 넘버의 멜로디가 예측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보단 새로운 음정들로 꾸며져 갈피를 찾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지난 26일 진행된 '렘피카'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선영은 "이제껏 많이 보셨던 뮤지컬과 달리 새로운 장르를 만났다는 기분을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가 말한 '새로움'이 보는 이들에 따라 참신함이 될 수도, 혹은 낯섦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렘피카'는 오는 6월 21일까지 삼성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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