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현장에는 가족들을 비롯해 연예계 후배들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사회는 고인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 정보석이 맡았으며, 추도사는 배우 하지원과 김영철이 각각 낭독했다. 하지원은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서, 김영철은 TBC 공채 탤런트의 직속 후배이자 '공주의 남자'에서 고인과 함께한 인연이 있다.
추도사에서 하지원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을 떠나보낸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작품에 대해 담담히 나눠주시던 말씀들 속엔 선생님이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며 자신이 연기적으로 흔들렸던 순간 건넸던 "인마, 나도 아직 어렵다"라는 고인의 말이 큰 위로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 배운 태도를 잊지 않고 작품과 삶에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철은 "이 모든 게 드라마 한 장면이길 바랐다"며 "컷 소리가 나면 선생님이 특유의 미소로 '오늘 좋았다'고 말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슬픔을 전했다. 그는 고인을 "연기의 길뿐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길을 먼저 보여준 분"이라고 기억하며, "선생님의 흔들림 없는 품위와 예의는 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가르침이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길 바란다"며 영원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후 고인은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한국 방송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주요 작품만 140편에 달한다.
구순을 앞두고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에서 노년의 깊이를 담은 연기를 펼쳤으며, 특히 '리어왕'에서는 200분에 달하는 방대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극찬을 받았다. 2023년에는 체호프의 '갈매기'를 연출하며 연출자로서도 도전했다.
지난해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연기혼을 불태웠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연기 외에도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다. 1992년 총선에서 서울 중랑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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