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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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로 장편 데뷔부터 흥행 감독 타이틀을 얻은 이상근 감독이 6년 만에 차기작 '악마가 이사왔다'를 선보인다. 이번에도 코미디 장르다. 이 감독은 '엑시트'의 임윤아를 이번 작품에도 캐스팅했다. 그는 시원시원하게 코미디 연기를 해준 임윤아와 연기 변신을 시도한 안보현을 향한 믿음과 고마움을 표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미디.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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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2014년 초고를 썼던 이 작품을 데뷔작으로 고려한 바 있다. 이 감독은 "그해 7월 초 시작해서 8월 초에 끝냈다. 카페에 전투적으로 썼다.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 사이에서 아저씨가 끼어서 냉동 볶음밥 사 먹으며 썼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이 작품의 영화화 작업이 본격화된 건 2022년이 돼서다. 작품의 제목도 '2시의 데이트'에서 최종적으로 '악마가 이사왔다'로 바뀌었다. 이 감독은 "'2시의 데이트'라는 '숫자 2'가 들어간 제목 때문에 파일 정렬을 하니 항상 맨 위에 올라가더라. 계속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참 뒤에 열어 보니 세월이 지나며 숙성됐는지,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너무 달랐다. 당시 영화를 좋아하던 학생으로서 과감함과 실험성이 있더라.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었다"며 웃었다. 또한 "데뷔하고 몇 년 뒤 꺼내 보곤 '지금의 내가 정화하고 정제해서 사람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유지하되 처음부터 다시 썼다.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만 빼고 가족 구성부터 시작해 모든 걸 바꿨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검색이 잘 안되더라.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저는 제목에 내러티브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시의 데이트' 앞에도 '새벽에'라는 괄호가 빠져있는 거였다. 낮 2시를 생각했다가 새벽 2시라는 반전의 내러티브를 주고 싶었던 거다. 바뀐 제목인 '악마가 이사왔다'를 선택한 건, 일단 영화가 선지네가 이사 오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 온다는 게 물체가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보고 감정이 흔들리며 '쿵'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악마가 이사왔다' 이상근 감독. / 사진제공=CJ ENM
'악마가 이사왔다' 이상근 감독. / 사진제공=CJ ENM
이상근 감독은 942만명 동원이라는 '엑시트' 흥행을 함께했던 임윤아와 이번 작품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는 "임윤아 배우도 나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으니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도 안 하고 제멋대로 임윤아 배우를 생각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다행히 시나리오가 독특하다는 이유로 제안을 승낙해줬다"며 고마워했다.

극 중 선지는 음식을 우걱우걱 먹고 한강 물에 뛰어드는 등 천방지축이다. 난감했을지도 모를 촬영에 대해 이 감독은 "음식을 먹는 도중에 입에 넣은 채로 말하고 이런 연기는 어렵지 않나. 그런데 윤아 씨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해줬다. 화면에 나오면 저렇게까지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싶은 장면들도 잘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시키진 않았지만 은근히 압박했던 거 같은데, 임윤아 배우도 즐겁게 촬영해줬다"며 웃었다.

임윤아가 캐스팅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물음에 이 감독은 "느려도 인연과 정도를 찾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시기, 타이밍이 있다는 거다.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해줄 거라는 80% 이상의 심적 확신은 있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이 감독은 캐릭터의 생년월일, 작명 등 영화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다 설정해뒀을 정도로 꼼꼼하게 작업했다. 선지가 밤마다 편의점에서 사 먹는 '폰폰시폰'이라는 디저트 케이크도 실제로 만든 것이라고. 이 감독은 "PPL 아니다. 제작한 거다"라며 "흰색 플레인 맛은 플레인 맛이고, 초록색 민트 맛은 민트 맛이다. 맛있다. 제가 시폰 케이크를 좋아한다. 영화가 잘 돼서 출시돼도 좋겠다. 폰폰시폰이라는 어감도 귀엽지 않나"라고 자랑했다.

임윤아는 촬영 때문에 케이크를 10개 이상 먹었다고. 이 감독은 "시폰이 부드러워서 먹으니 이에 낄 수밖에 없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윤아 씨가 잘 먹어줬다"며 고마워했다.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 / 사진제공=CJ ENM, 외유내강
이 감독은 남성적인 모습에서 '댕청미' 있는 캐릭터로 연기 변신한 안보현도 칭찬했다. 이 감독은 안보현에 대해 "처음 봤을 때 이렇게 큰 사람이 있나 싶었다. '알파메일'이다. 나도 저렇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싶더라"며 칭찬했다. 이어 "표현하고 싶은 표정, 삶에 대해 말하면 쉽게 이해하더라. '파이터' 같은 줄 알았는데 내면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더라. 잘 이해해서 소통하기 편했다"며 "INFJ가 그렇다. 배려심이 있다. 서로의 얘기를 빠르게 습득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극 중 선지와 길구의 로맨스 분량이 많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선배 감독들이 하는 말이, 안 보여주면서 잘 설명하는 게 잘하는 거라더라.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를 일차원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행복하게 살 거다'라고 담으면 보는 분들의 상상을 더 자극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언젠가 키스신을 찍을 거다"라고 의지를 다져 웃음을 안겼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 코미디, 로맨스, 휴머니즘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추구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을까. 이 감독은 "'엑시트'는 두 명이 생존을 위해 달려가는 얘기였다. 청춘이 어디로 갈지 모르며 내달리는 얘기였다. 역시나 이번에도 여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첫 작품과 비슷한 점은 길을 찾고 여정을 가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길을 잃고 가다가 우연히 만난 두 인물이 같이 걷게 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자 주인공이 백수라는 점도 '엑시트' 때와 공통점이다. 이 감독은 "이제는 백수를 그만해도 되지 않나 싶다. 아니면 백조를 할 수도 있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다음 작품도 길을 찾고 여정을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도 해보고 싶다. 감독은 자신이 계속 생각하고 인생에서 철학적으로 고민했던 점들을 작품에 담게 된다"고 얘기했다. 또한 "제가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수준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렇다고 제가 갑자기 전기톱으로 사람을 써는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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