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이렇게 바쁘게 랜선 집들이를 다니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톱배우부터 아이돌 멤버 그리고 개그맨까지. 연예인들이 앞다퉈 대중에게 자신의 집을 소개하고 나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생활 영역'이라며 집 촬영을 거부하던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집을 공개한 연예인은 배우 이다해, 엄정화, 가수 미주, 슈화, 개그맨 김준호, 지예은 등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신비주의 벗기' 취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일부에서는 "시청자를 세심히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집 공개 콘텐츠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불편감이 꾸준히 제기됐다. 경제 양극화가 역대 최고치로 오를 정도로 벌어지고 있고, 집을 살 수 있는 희망도 점점 희미해져 가는 상황에서 집 소개는 시청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KB국민은행이 내놓은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572만 원으로 전달 대비 1.28% 상승했다. 지난 4월 13억원을 넘어선 후 불과 3개월 만에 1억원이 또 오른 것이다. 양극화 수치인 5분위 배율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분위 배율이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서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엠뚜루마뚜루' 유튜브 채널
사진='엠뚜루마뚜루' 유튜브 채널
현재 예능과 유튜브 등을 통해 집을 공개하는 연예인은 오랜 기간 동안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했거나, 반짝 스타가 돼 광고와 예능 등으로 많은 수입을 얻은 유명인이 대부분이다. 지난 4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새로 이사한 2층짜리 한강뷰 집을 공개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럭셔리한 집을 자랑할 필요가 있었냐"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키의 새 집이 소개됐을 때 경남 지역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났던 게 이런 반응의 원인 중 하나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누구는 하루아침에 집이 불탔는데 타이밍이 안 좋았다", "시의성을 감안하길", "불경기에 온 국민이 살기 힘든데 남의 좋은 집 구경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김숙, 김나영, 엠플레이 유튜브 채널
사진=김숙, 김나영, 엠플레이 유튜브 채널
연예인들의 집 소개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예은은 SBS 예능 '런닝맨'을 통해 최근 이사한 뉴 하우스를 공개했다. 방송인 김나영이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50억원짜리 한남동 집을 방문하거나, 방송인 김숙이 99% 캠핑 감성의 세컨드 하우스를 공개한 일도 있었다. 이들의 '집 자랑'은 모두 지난 16~20일 전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20여명의 사망자와 수 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후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집 공개가 요즘 TV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중요한 콘텐츠이긴 하지만 (시기를 고려해) 조심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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