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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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자이언티(본명 김해솔)가 깊은 자기 혐오의 시간을 지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여정을 고백했다.

자이언티는 최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서 직접 강연자로 나섰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는 각 분야 인물들이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15분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자이언티는 "한국에서 태어나 음악 만들다가 감사하게 좋은 반응도 얻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결국 저만의 팀을 만나게 됐고 성장해서 그 팀이 문화를 만들고 어쩌면 시장의 풍경까지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 그래서 스탠다드 프렌즈라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음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내가 좋다' 시간이다"라고 강의를 시작한 그는 "믿거나 말거나 저는 제 얼굴도, 몸도, 음악도 다 너무 좋다. 특히 저는 눈이 예쁘다. 아무튼 저는 제가 좋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실 저는 제 음악도, 얼굴도, 모든 게 다 싫었다. 너무 못마땅하고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어 "녹음 중 내 목소리가 너무 볼품없어서 옆에 있던 죄 없는 벽을 때린 적도 있다. 그때 함께 있던 친구가 놀라서 울 정도였다"며 "녹음된 목소리가 싫어서 코러스를 수십 겹 덧입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선글라스를 훔쳐 쓰고 무대에 섰던 기억을 꺼내며 "내 눈을 보여주기 싫어서, 무대하는 내가 너무 싫어서였다"며 "전 저를 감추기 위해 뭔가를 계속 덧씌웠다. 더 근사해 보이려고, 안 들키려고. 그런데 그 덧씌운 것들이 결국 저를 채웠고, 저를 사랑하게 만든 재료가 됐다"고 했다.

자이언티는 "한때 거울을 보면 '뭐 저렇게 생겼냐', 녹음을 하면 '목소리가 왜 이러지', 무대 위에서 누가 날 보면 내가 엉망이라는 걸 들킬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나를 미워하고 안쓰러워하는 만큼, 그 나를 위해 잔소리하고 애쓰며 결국엔 아주 천천히, 겨우겨우 나를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자기연민이 생기고 나서야 남들을 보기 시작했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누구나 안에 복잡함이 있다"며 "저는 지금도 하루에 수백 곡을 만들지만 마음에 안 들어서 못 내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연락을 못 하고, 잘 입고 잘 지냈다고 자랑하고 싶지만 또 괜히 그게 별로인 것 같아서 그냥 두기도 한다. 여전히 그렇다. 하지만 오늘은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한 번쯤 이기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는 우리 자신을 가리는 것들이 과거나 콤플렉스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 살고 싶은 삶이 됐으면 좋겠다"며 "오랫동안 음악하고 싶다. 그러니 제 공연 많이 와주시고, 노래도 들어달라. 진짜 열심히 할 테니,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자이언티는 2011년 데뷔해 '양화대교', '꺼내먹어요', '노래'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으며, 2021년에는 기획사 '스탠다드 프렌즈'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채영과의 열애를 인정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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