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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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이경규의 약물 운전 사고를 둘러싼 여론이 뒤집히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공황장애 약 복용으로 인한 단순 실수'라는 해명이 동조를 얻었지만,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자 비난 여론이 급격히 거세진 모양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경규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규는 지난 8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경규에게 간이 시약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약물 반응은 양성이었고,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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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의 소속사 ADG컴퍼니는 "이경규는 약 10년간 공황장애를 앓아왔으며,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다"며 "사건 전날 밤에도 갑작스러운 증상이 나타나 처방약을 복용했으나 상태가 악화됐고,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 진료를 위해 직접 운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주차장 관리인의 실수 아닌가", "응원한다", "괜히 연예인이라 과잉 수사받는 건 아니냐", "그럴 사람 아닌 거 안다. 믿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역시 "자신의 차량과 같은 차종 같은 색깔의 차량을 실수로 몰게 됐다는데, 사실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지 않는 나라도 내 차로 착각하고 운전할 수 있었던 상황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이런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될 경우, 정신과 약물 복용자 전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급변했다. 영상 속 이경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비틀거렸고, 주차된 버스와 주유소 벽을 들이받는가 하면 중앙선을 침범하고 불법 좌회전을 시도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사진=MBN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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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몸 상태가 저 정도인데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음주 운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괜히 약물 검사한 게 아니었다", "당당하다고 인터뷰한 게 어이없을 지경이다", "이건 쉴드 불가"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경규의 소속사는 26일 공식 SNS를 통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건강 상태와 운전 경위에 대해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의 부주의로 사회적 우려를 일으킨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약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경규 본인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 복용 후 운전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경규가 MC로 출연 중인 채널A '성공 비법을 찾아라 보스 어택'과 TV조선 '모던 인물사 미스터.리'는 각각 결방을 알렸다. 방송사 측은 "편성 조정일 뿐 이경규 씨와 무관하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이경규의 방송 활동이 멈춰선 모양새다.

현재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국과수 감정 결과, 관련 진술 등을 토대로 이경규의 혐의 성립 여부와 처벌 수위를 검토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경규의 향후 활동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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