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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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70년대생 스타들의 결혼 및 재혼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다. 노총각 연예인들의 늦깎이 사랑에는 "이들이 막차를 탈 나이가 됐다"는 것, 그리고 '달라진 팬들의 시선'이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배우 정석용은 SBS 예능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사람들이 언제 결혼하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저는 이미 결혼했다. 함께 살고 있다"며 5세 연하의 일반인 여성과 결혼 생활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가수 은지원도 지난 12일 9살 연하 스타일리스트와 새 출발을 알렸다. 결혼 시기와 배우자에 대한 정보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혼 후 13년간 솔로로 지내온 그의 결혼 소식에 많은 이들이 축하를 보냈다.

70년대생 스타들의 결혼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수 김종민은 지난 4월 11세 연하의 일반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고, 방송인 이상민은 지난달 연하의 예비 신부와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 외에도 개그맨 심현섭은 지난 4월 일반인 여성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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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늦은 나이에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인생의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 게 중요한 계기이자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긴 시간 솔로나 비혼주의자로 살아온 이들이 50대가 되자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은지원은 다수의 방송을 통해 "예전에는 결혼을 안 한다는 주의였는데 이제는 재혼할 생각이 있다"며 "지금은 어떻게든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김종민 역시 방송에서 "결혼을 하긴 할 것 같다. (타이밍이) 다가온 것 같다"고 언급했다.

팬들의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한때 연예인의 결혼은 팬덤 붕괴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기 쉬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예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며, 결혼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결혼 축하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결혼한다니 마음 아프지만 행복하길 바란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인순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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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스타에 대한 일종의 '순수성 결벽증'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혼자인 채로 남아 있길 바라는 감정이 팬심 안에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행복을 응원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열애나 결혼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밝히고, 그 선택에 대해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거짓이나 은폐가 드러날 경우 오히려 더 큰 실망을 사게 된다.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오히려 더 멋지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때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중년 스타들이 드디어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나고 있다. 타이밍이 조금 다를 뿐, 늦었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다. 어쩌면 이들은 '늦어도 괜찮다'는 용기의 메시지를 조용히 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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