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은 지난 15일 대중문화 평론가 김도헌의 SNS 글에서 시작됐다. 김 평론가는 "올해 초 들렀던 홍대 앞 클럽 공연.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오픈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들을 불러 모은 밴드는 대기실도 (다른 밴드들과) 같이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젯밤 바보 같은 공연을 보면서 묻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 밴드를 하는지. 왜 음악 페스티벌에, 그것도 DMZ 페스티벌이라는 먼 곳까지 와서 소꿉놀이를 벌이는지. 유명인의 취미생활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라고 비판했다.
![이찬혁, '부캐' BABO 지키려면 불편도 감수해야…기만은 이제 그만 [TEN피플]](https://img.tenasia.co.kr/photo/202506/BF.31506351.1.jpg)
이 외에도 "이찬혁은 인디 신을 존중하지 않는다", "데뷔한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페스티벌에서 황금 시간대를 가져간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유명 대중가수가 인디 신으로 '부캐'를 만들고 들어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속사가 있고 그룹이 있는 가수라고 하더라도 소속사를 통해 대중가수로서 솔로 활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 백예린이 과거 The Volunteers(더 발룬티어스)를, 가수 민서가 90 project(나인티 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기는 했다. 그러나 이들은 홍대 인디 클럽에서 활동하지는 않았다. 인디 신에 편입되기 위해 홍대 클럽 공연까지 다니는 대중가수는 이찬혁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이찬혁이 BABO를 통해 보여주려는 음악은 록의 일종으로 '슈게이징'(Shoegazing)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속한다. 이 장르는 그간 대중적인 '서정적이고 맑은' 음악을 보여왔던 악뮤의 행보완 반대되는 특징을 지닌다. 슈게이징은 듣는 이에 따라 거슬릴 수 있을 정도로 노이즈에 가까운 기타 소리와 함께 몽환적인 멜로디로 늘어지듯 노래하는 보컬을 특징으로 한다.

다만, 대중가수인 이찬혁이 제아무리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인디' 아티스트로 부르기엔 한계가 있다. BABO는 이찬혁이 '악뮤 이찬혁'으로서 가진 인기로 각종 페스티벌에서 무대 순서, 대기실 사용 방식 등 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ABO는 데뷔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 밴드임에도 페스티벌의 주요 퍼포먼스 시간대인 오후 9시 무대를 배정받았다. 이는 밴드의 영향력이 아닌, 이찬혁 개인의 영향력 덕택이다. 데뷔하자마자 홍대 클럽 신으로 BABO의 팬들이 모여드는 것 역시 이찬혁의 인기지, 음악성을 근거로 생겨난 밴드의 인기는 아니다.
이찬혁 본인이 BABO의 멤버라고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적어도 이 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밴드의 보컬을 맡았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순전히 음악성과 메시지로 팬덤을 쌓아가길 지향하는 인디 신에서 이찬혁이 보이는 모습은 이 신에 속한 다른 아티스트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기에 십상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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