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매니지먼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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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무용의 대중화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20대 초반엔 무용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댄스 필름을 열심히 올렸었죠. 그러다가 제가 전하고 싶은 진솔한 춤보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뭘 해야 사람들이 볼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더라고요."

국립무용단 최연소 입단 후 부수석 단원이자 주역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방송된 Mnet 서바이벌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호종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무용수 최초의 단독 공연 '2025 CHOI HOJONG 1ST MOVENOTE 'NOWHERE''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십 년 넘게 무용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느낀 다양한 생각을 꺼내놓았다.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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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시절 동아무용콩쿠르에 세 차례 도전해 동상과 은상을 받았다. 이어 도깨비 수호신과 그를 창조한 절대자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창작한 '마무-아오르고'라는 작품으로 금상까지 거머쥐었다. 최호종의 인터뷰를 11일 서울 중림동에 위치한 텐아시아 사옥에서 진행했다.

국립무용단에서 약 8년간 활동하며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최호종은 지난해 퇴단하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걸까.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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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에서는 고유의 전통을 중심에 두고 작업해왔어요. 퇴단 후에는 디렉터로서 창작의 범위를 확장해 제 예술관을 더 깊이 있게 다져보고 싶었죠. 퇴단을 고민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스테파'에 출연하기까지 심도 있게 고민했다고. 최호종은 "디렉터로서 역량을 넓히고 싶어 퇴단을 결정했지만, 방송에 출연해 퍼포머로 활동하는 게 맞는 방향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대 초반 유튜브를 하며 무용의 대중화를 꿈꿨던 과거가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릴 적 '댄싱9'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 '스테파'는 훨씬 뒤에 생긴 프로그램이지만, 오래 간직한 로망을 실현할 기회였다"라고 미소 지었다.

"국립무용단을 떠나던 시기 퍼포머로서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겠다는 각오를 했어요. 무용계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온 만큼, 이제는 제가 뭔가를 돌려줘야 할 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명감이자 책임감이었죠. 방송에서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고, 희생되는 순간이 있더라도 무용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사진=매니지먼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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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무용의 대중화를 꿈꾸지 않는다고 밝힌 최호종은 "대중에게 맞추기보다, 내 예술을 대중에게 설득해야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술에 대중적인 감성을 한 스푼 더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어 "최근 계약한 소속사와도 무용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대중 예술화(예술이 대중에게 더 가까워지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할 수 있는 무용을 중심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테파' 출연 후 전보다 비전공자들의 관심이 커진 건 맞지만,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겨우 첫걸음을 뗐다고 봅니다. 무용의 대중화는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예술의 내실을 다지고, 다음 세대를 교육하고, 퀄리티 좋은 공연을 만들어가는 일이죠. 그렇게 하나씩 해나가면서 대중 예술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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