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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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우연히 채널을 멈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밴드 잔나비 최정훈이 부르는 '계절송 메들리'를 들었다. 최정훈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계절을 대표하는 잔나비의 히트곡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계절송은 아껴 부른다. 봄에는 봄 노래만 부르고, 여름엔 가을 노래를 안 부른다"는 최정훈의 노래는 MC 장도연의 말마따나 '제철 음식'처럼 귀하게 들렸다. 기타 선율 위에 최정훈의 목소리가 흐르고 가사가 화면에 떠오르니 사계절의 흐름이 담긴 문학 소설을 듣는 듯 했다.

이날 최정훈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토크쇼인 '라디오 스타'가 잔나비의 콘서트로 느껴질 만큼. 최정훈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통해 잔나비 음악의 스펙트럼을 오롯이 보여주며 매력을 풍겼다.

무엇보다 잘 전달된 것은 최정훈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었다. 이는 '잔나비'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는데 핵심적인 요소. 신조어에 가까운 가사들이 주를 이루고, 인스턴트 메시지에 익숙해진 트렌드 속 이날 최정훈은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역시 잔나비 음악의 가사에 대해 "시적이다"는 반응이 나왔고, 최정훈은 "가사는 거의 혼자 쓴다"면서 2019년 발매된 정규 앨범 '전설' 수록곡의 가사를 쓸 당시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항상 품고 다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초등학교 시절 중2병이 일찍 찾아왔다"고 언급하며 재미도 줬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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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정훈은 이날 '라디오 스타' 4MC를 비롯해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직접 손편지를 건네며 마음을 전했다. 최정훈은 홍현희에게 쓴 편지에 무려 2016년 함께했던 회식에서 느꼈던 인상을 담아내 남다른 관찰력과 세심함을 뽐내기도 했다.

존경하는 선배로 가수 김창완을 꼽은 최정훈은 "꼭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며 향후 두 사람의 협업을 기대하게 했다. 특히, 손편지를 쓰는 습관은 김창완에게서 배웠다며 과거 자신의 노래를 들은 김창완이 '40년 전 내 청춘이 대성리 강변 숲에서 잔나비 탈을 쓰고 춤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손글씨를 전했다는 일화도 인상적이었다.
시집·손편지 그리고 중2병…최정훈, '잔나비 장르'의 개척자 [TEN스타필드]
최정훈은 본업인 잔나비 활동을 통해서도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잔나비는 최근 정규 4집 앨범 '사운드 오브 뮤직 Pt.1'을 발표했는데, 잔나비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앨범으로 호평받고 있다. 특히, 잔나비는 그간의 음악 활동을 통해 고유의 장르를 개척했고, 음악팬들을 매료시키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이틀곡 '사랑의이름으로!'는 에스파의 카리나가 피처링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으며,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이 시대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담았다. 단순한 러브송이 아닌, 삶에 대한 애착과 철학도 엿보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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