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을 주제로, 휴가를 하루 앞두고 군에서 사망한 허 일병 사망 사건을 이야기했다. 가수 윤도현, 배우 오대환, 배우 조수향이 함께했다.
이날 방송은 허영춘이 1999년 4월 "오늘이 16년 전 아들이 죽어간 날이다"라고 쓴 일기로 시작됐다. 당시 22살이던 큰아들 허원근이 입대 후 첫 휴가 전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군 헌병대는 허원근 일병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중대장 전령인 허 일병이 중대장의 가혹 행위와 군 복무에 염증을 느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군 헌병대는 허 일병이 홀로 M16 소총을 든 채 폐유류고로 향했다고 밝혔다. 허 일병이 스스로 오른쪽 가슴에 총을 쐈고 바로 죽음에 이르지 않자, 왼쪽 가슴에 추가 격발을, 그럼에도 의식이 있던 허 일병이 마지막으로 본인의 머리를 쐈다는 것. 소식을 듣고 곧바로 중대본부로 향한 아버지 허영춘은 여러 의문점을 마주한다. 군은 허 일병이 폐유류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밝혔지만, 아버지는 물이 흥건한 중대본부 바닥과 막사 밖의 핏덩이를 목격한다. 이어 아버지는 아들 허원근의 시신엔 세 개의 총상이 있었지만, 당일 두 번의 총성을 들었다는 증언을 듣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홀로 나섰으나 몇 번의 조사에도 같은 대답을 들을 뿐이었다.

이후 의문사위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아냈다. 허 일병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전날 밤 중대본부에서 간부들의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 당시 중대본부 계원 전 상병은 선임하사가 술에 취한 후 밖으로 나왔고 그의 손에 어느 순간 총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두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후 그 자리에 대기하던 허 일병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의문사위의 조사 결과는 허 일병의 사인은 자살이 아닌 타살. 총기 오발 사고로 인해 허 일병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이를 듣던 오대환은 "가족은 너무 가슴이 아팠을 거다"라고 공감했고, 윤도현은 "진실을 알수록 처참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자체 조사뿐 아니라 재판 결과도 매번 뒤집혔다. 2007년 4월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1심은 헌병대 수사 기록에 시간적 모순이 있다며 허 일병 사건을 타살로 인정했으나, 정부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참고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자살로 판결했다. 결국 대법원으로 향했고, 허 일병이 세상을 떠난 지 31년 만인 2015년 9월 대법원은 초기 수사 부실로 사실 파악이 불가하다며 자살인지 타살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아들이 죽은 지 31년 만에 대법원이 '알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아버지 허영춘은 "제일 가슴 아픈 게 자식들을 낳아 먼저 죽게 하는 거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그 말밖에 할 수가 없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배우 조수향은 "내 자식이 죽은 것도 슬픈데 그동안 싸우신 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성규는 "이들이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위로했다. 마지막으로 장성규는 "유가족이 의문이 있다면 그 의문을 정성껏 풀어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에 SBS에서 방송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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