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리사/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블랙핑크 리사/ 사진=텐아시아 사진 DB
리사, 로제·제니보다 '한방' 없어도 괜찮아…'아시안 힙합' 이끈다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송라이터》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그룹 블랙핑크 리사가 '아시안 힙합'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리사는 지금까지 다른 블랙핑크 멤버보다 많은 곡을 글로벌 차트에 진입시켰다. 리사가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힙합의 도약을 이끌지 음악 팬이 주목하고 있다.

리사의 정규 앨범 'Alter Ego'(얼터 에고)가 발매 직후 아이튠즈 미국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타이틀곡 'FXCK UP THE WORLD'(퍽 업 더 월드)는 뮤직비디오 공개 4일 만에 유튜브 기준 조회수 1400만회를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FXCK UP THE WORLD'는 리사의 주 장르인 힙합 곡으로, 강렬한 랩 발성과 일렉트릭 사운드가 두드러진다. 가사의 주제 역시 힙합 장르에서 자주 보이는 '자기 행보에 대한 자신감'이다.
사진제공=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사진제공=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리사는 2021년 솔로 활동을 한 이래로 'LALISA'(라리사), 'MONEY'(머니), 'ROCKSTAR'(록스타) 등 꾸준히 힙합 장르를 선보였다. 이런 행보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 대한 '당찬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시아인이 힙합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힙합 곡을 보면 서구권 래퍼의 음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K팝 아티스트 중 빌보드 메인 차트인 Hot 100 차트에 이름을 올린 '힙합' 가수는 리사와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뿐이다. 아시아 전체를 봐도 일본의 조지(Joji) 외 다른 사례는 없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외면하기엔 힙합은 포크와 함께 서구권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다. 빌보드 HOT 100 차트(4일 기준)만 보더라도 1, 2, 4, 5위가 모두 힙합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곡이다.
그룹 블랙핑크 제니, 로제/사진=텐아시아 사진DB
그룹 블랙핑크 제니, 로제/사진=텐아시아 사진DB
리사에겐 '블랙핑크 멤버로서 쌓아놓은 유명세'라는 무기가 있다. 아이돌 출신이 아닌 보통 래퍼가 자기 영향력을 해외로 키워나가기 어려운 것과 대조된다. 리사의 대중적 인기는 전 세계 힙합 팬에게 그의 음악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리사의 곡은 다른 블랙핑크 멤버들에 비해 글로벌 음원 차트 순위가 낮은 편이다. 리사의 빌보드 HOT 100 차트 최고 순위는 68위다. 동일 차트에서 로제는 최고 3위, 제니는 최고 51위까지 오른 것 대비 낮다.

그러나 차트에 포함된 곡의 수는 다른 멤버보다 많다. 리사는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지금껏 5곡을 올려 로제와 제니(3곡씩)를 웃돌았다. 오피셜 차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피셜 싱글 차트에 제니와 로제는 각각 4곡씩 올렸지만, 리사는 5곡을 차트인시켰다. 곡에 따른 기복 없이 힙합 팬들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있다.

리사는 지난 3일 오전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2부 축하 무대에 오르면서 영향력을 보여줬다. K팝 아티스트가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 무대를 꾸민 건 처음이다. 리사는 'Born Again'(본 어게인)에서 호흡을 맞춘 래퍼 도이치(Doechii), 레이(RAYE)와 함께 이 무대를 장식했다.

"리사의 음악은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대중의 시선으로 보면, 리사는 오히려 더 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아시안 힙합'은 블루 오션이다. 리사의 행보가 K-힙합 아티스트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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