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얼빈'은 혼란스러운 현재 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은 이동욱은 '하얼빈'에 담긴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이같이 되짚었다. 그는 "영화에서 '이 나라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이끌지만 늘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대사가 나오지 않나.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약 500년 전, 이토 히로부미가 있었던 약 100년 전, 그리고 지금. 역사가 그렇게 반복되는 게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낸 국민들의 저력이 있었다. 그런 DNA가 있다고 하는 게 서글픈 얘기일 수도 있겠다. 이번에도 잘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털어놨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땐 분량이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제 할 몫만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에서 '나 왜 이렇게 많이 촬영하지' 싶었어요. 하하. 광주에서 신아산 전투신을 찍었는데, 21일 가까이 광주에 머물렀어요. 원래는 일주일을 예상했는데 당시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죠. 덕분에 스태프들, 배우들과 더 친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가만히 앉아서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어요. 즉흥적으로 감독님과 만든 신이라 '어떨지 잘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사전에 '어떻게 할까' 얘기할 새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죠.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현빈 씨와 오고가는 눈빛, 호흡이 좋았어요. 연기하면서 오랜만에 느낀 짜릿함이었죠. '말을 하지 않아도 뭔가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감독님도 흡족해했죠. 그 신 하나가 이창섭과 안중근의 전사를 다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둘의 우정도 보여주고 서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죠."

"'구미호뎐'에서 레드브라운 머리였는데 '하얼빈'에서는 까만 머리라 2주 사이에 염색만 3번 했어요. '구미호뎐'이라는 판타지 드라마를 하다가 '하얼빈'이라는 현실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좀 버거웠죠. '구미호뎐'은 '구미호뎐'대로, '하얼빈'은 '하얼빈'대로 온전히 잘하고 싶었는데, 거기서 온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구미호뎐'을 같이 찍을 땐 수염을 기를 수 없어서 '하얼빈' 촬영 때 수염을 좀 붙였는데, 수염이 가짜 티가 날까봐 걱정했죠. 나중에 '하얼빈'만 촬영하게 됐을 때는 한두 달 수염을 기르고 그 위에 조금 더 붙였어요. 아침마다 면도를 안 해도 되니 편했죠. 하하."

"일부러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1월 4일에 했어요.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씩 희미해질 거 같아서요. 한 번 더 많은 분들이 리마인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했습니다. 제 작은 마음이예요. 저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기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식이 알려지고 많은 분들이 언급해준 것 같아서 쑥스러워요. 어쨌든 제 기부 소식을 통해 다른 분들에게도 한 번 더 그런 마음이 전해지고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진다면 그 역시도 좋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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