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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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연이은 크리처물의 혹평으로 주춤하는 사이, 티빙이 기세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운수 오진 날'에 이어 '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국내 대중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OTT 시장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것.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화제성 견인 조차 힘들었던 티빙 오리지널의 반격이 무섭다.

티빙이 연타 흥행 쾌거를 이뤘다. '운수 좋은 날'로 감각이면서 긴장감 넘치는 웰메이드 스릴러물을 선보이더니 '이재, 곧 죽습니다'로 판타지부터 로맨스, 액션까지 복합장르로 다채로운 재미를 안겼다. 주인공 서인국, 박소담부터 에피소드 주인공들인 이도현, 김지훈, 이재욱 등의 막강한 라인업도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4회에서 이도현과 고윤정의 러브스토리로 큰 화제를 모았다. 고윤정은 카페에 등장하는 장면부터 사랑하는 연인의 자살에 병원에서 오열하는 모습까지 짧은 분량임에도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도현 역시 환생한 서인국이 느끼는 감정들을 오롯이 담아내 '멜로 장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앞서 티빙은 '운수 오진 날'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에서는 유연석, 이성민 등 배우들의 열연이 압도적이었다. 평범하고 순박하기만 했던 택시기사 이성민 얼굴은 회를 거듭할수록 변해갔고, 복수 어린 독기까지 장착했다. 악인으로 파격 변신한 유연석 역시 소름끼치는 표정과 표현력으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그 자체로 분했다. 탄탄한 각본과 세련된 연출도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

초창기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 여자들'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긴시간 부진의 늪에 빠진 티빙은 지난해까지 콘텐츠 무덤으로 여길 정도로 화제성을 얻지 못했다. '내과 박원장'에서 배우 이서진을 대머리로 만들고,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박해준을 살찐 백수로 만들었음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연상호 감독은 내세운 '돼지의 왕'과 '괴이' 역시 대중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중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유치한 설정과 어설픈 연출들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이에 티빙은 절치부심 끝에 올해는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드라마를 내놓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문제는 넷플릭스다. 독보적인 OTT 강자였던 넷플릭스는 최근 잇다른 혹평으로 곤욕을 앓고 있다. '스위트홈2', '경성크리처'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글로벌 흥행을 노렸지만, 정작 국내에서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한소희는 '경성크리처'에서 안면 부상 투혼까지 했던 터라 더욱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넷플릭스가 흥행에 성공한 건 '더 글로리', '길복순' 정도 뿐이다.

티빙은 내년 10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재홍, 이솜이 부부로 출연하는 'LTNS'부터 '샤크: 더 스톰', '빌런즈', '러닝메이트', '피라미드 게임', '춘화연애담', '우씨왕후',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좋거나 나쁜 동재', '스터디그룹' 등이다. 여기에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의 위기는 국내 OTT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올해 티빙의 괄목한 성적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