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생 배우 고민시의 잠재력
이 신인을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는?
'마녀', '오월의 청춘', '스위트홈', '밀수'까지
이 신인을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는?
'마녀', '오월의 청춘', '스위트홈', '밀수'까지

1995년생 고민시는 신인인만큼 작품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팔색조와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작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휙휙-캐릭터를 변주하기 때문이다. 분홍색 헤어롤을 앞머리에 말은 똑단발의 귀여운 얼굴과는 상반된 "시끄러. 이년아. 이 언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요"라는 거친 입담을 지닌 영화 '마녀'(2018)의 고등학생 명희의 이미지는 '스위트홈' 시즌 1(2020)의 옥상에서 발레 토슈즈를 신고 연습하는 이은유의 모습을 보고는 깜빡 잊었더랬다.

누군가는 이은유라는 인물을 두고 일관성이 없고 목표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린홈 안에서 주민들은 생존이라는 거시적인 목표와 각각의 임무가 주어지지만, 이은유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방랑자와도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은유가 시즌('스위트홈 시즌2')을 거듭할수록 점차 그린홈의 생존 수칙에 융화되고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김명희는 서글서글한 미소와는 달리 '쌈닭'이라고 불릴 만큼, 당돌한 성격을 지닌 간호사다. 가난하지만 굳세고, 누구보다 간호사로서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는 단호한 인물이다. 고민시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한 장면을 꼽아보자면, 뭐니 뭐니 해도 친구 이수련(금새록)을 대신해 선자리로 향하던 신일테다. 황희태가 김명희에게 반하던 순간이기도 한 이 장면을 빼놓고 '오월의 청춘'을 이야기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그런가 하면,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2023)에서는 짙게 바른 립스틱에 눈두덩이를 가득 채운 강렬한 색감의 아이섀도, 길고 가늘게 뺀 눈썹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고 다니는 고옥분 역을 맡으며 연기경력 N년차의 선배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인장을 남겼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밀수'는 해녀인 조춘자(김혜수)와 엄진숙(염정아), 장도리(박정민)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하다가도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스파이로서의 모습은 통쾌한 포인트 중 하나다.

2017년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로 데뷔한 고민시는 올해로 6주년을 맞았다. 그녀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다. 물론 데뷔 몇 년 차까지를 신인이라고 규정해야 할지는 다소 모호한 지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고민시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해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호인 예담처럼 나아가는 중인 고민시는 금세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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