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일의 휴가' 배우 김해숙 인터뷰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첫인상은 이미 배우 김혜자와 고두심과 함께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후였다. 왠지 마음이 찡해지는 푸근한 미소로 안방극장을 방문하고 때로는 영화 '박쥐'(2009)의 아들 강우(신하균)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엄마 라여사,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2013)에서 비뚤어진 모성애를 보여주는 엄마 이앙금, '힘쎈여자 강남순'(2023)에서 람보르기니 오픈카를 타고 다니는 멋쟁이 할머니 길중간처럼 욕망에 충실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쩌면, 김해숙이 표현하는 엄마가 색다른 이유인지도 모른다.
늘 보편적이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김해숙은 영화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에서 죽은 지 3년째 되던 날 휴가를 받고 지상을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을 맡아 희로애락을 전부 보여주며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든다. 첫사랑과도 같이 연기하는 것이 매번 설레고 새로운 역할로 시청자, 관객들 앞에 서고 싶다는 김해숙은 히딩크 감독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고. 열정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오래도록 연기를 할 것이라는 김해숙의 말에 왜인지 소녀다운 순수함이 느껴진 것만 같다.

울음 터지는 슬픈 순간들과 더불어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들도 더러 존재한다. 해당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NG가 많이 나기도 했다는 김해숙은 "웃기는 부분도 감정이 깨질까 봐 그것을 조절하는 것도 힘들었다. 민아 씨랑 서로 안 보면서 툭툭툭 이야기해야 하니까. CG 작업을 해서 귀신이 뿅 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본 것처럼 이야기해야 했다. 나랑 신민아, 황보라 배우가 함께 연기하는 장면에서도 NG가 3~4번 났다. 민아가 힘들었을 거다. 코앞까지 간 적도 있어서 눈 마주치다가 NG도 많이 났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육상효 감독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이라고 밝힌 김해숙은 "장난도 쳐도 다 받아주신다. 연출적으로 많이 깨어 계셨다. 감독님도 힘드셨을 거다. 가장 흔한 이야기이자 오해할 수 있는 소재를, 담백하게 풀어나가신 것을 보면 깨어있는 분이신 것 같다. 나중에 감독님께서 또 한다고 하시면, 또 가고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3일간의 휴가를 안내해주는 가이드 역의 강기영과는 톰과 제리 같이 투닥투닥거리는 케미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현장에서 강기영과 맞춘 호흡에 대해 "좋은 배우이지 않나. 첫 장면이 백반집에서 내려오는 장면을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맞춰줘서 없던 애드리브도 나왔다. 그 결과가 따스하게 나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진주(신민아)의 친구 미진 역의 황보라는 최근 임신 소식을 알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희생하지 않는 엄마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에 김해숙은 웃음을 터뜨리며 "아직 낳아보지 않아서 그렇다. 나도 그랬다. 그 말은 보라가 분명 정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선배로서 현장에서 후배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고민한다는 김해숙은 자신의 젊은 날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김해숙은 "나도 젊은 배우였을 때가 있지 않았나. 그 당시, 선배 배우들한테 가면 어렵더라. 연기하면 떨리고 불편함을 느꼈다. 나이 들면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것을 현장에서 터득한 것 같다. 젊은 배우들도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서 이렇게 왔겠나. 그들의 노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린 배우들한테는 본인들이 어려워할 것 같아서 내가 많이 명랑해졌다. 그들한테 먼저 다가가서 장난친다. 어떤 때는 '너무 나를 안 어려워하나' 싶은 정도였다"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실제로는 어떤 엄마냐는 물음에 김해숙은 "어릴 때부터 나의 일을 해왔던 사람이기에 (자식들에게) 미안함이 항상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많이 못 봐줬다. 지금은 오히려 나이 들었는데도 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집착하는 편이라고 하더라. 내가 왜 그러나 생각을 해보니 어릴 때 못 해준 것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속에 있는 것 같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지 않을까"라고 답변했다.

2023년 드라마 '악귀', '힘쎈여자 강남순', '마이 데몬', 영화 '3일의 휴가',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경성크리처'까지. 올해 선보이는 작품만 5개인 김해숙은 다작하는 원동력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김해숙은 "사전 제작하니까. 오래전에 끝난 것도 많은데, 올해 다 나오더라. 아무래도 나는 워커홀릭인 것 같다. 마치 아직도 첫사랑 하는 느낌처럼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감, 현장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 언젠가 나도 그런 열정이 사라지면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항상 감사하다. 그냥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그렇다. 히딩크 감독님의 말대로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픈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날의 연기 생활을 돌아보며 느낀 소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김해숙은 이렇게 답했다. "언제부터 일했다는 것을 생각 안 하고 싶다.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연기가 아닐까. 어떤 한 배우 하면 어떤 역할이라는 것을 떠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색깔을 입힐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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