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영순이 발견한 SD카드의 정체가 드러났다. 태수(정웅인 분)를 상대로 복수를 준비 중이던 강호가 신변의 위협에 대비해 편지를 남긴 것이었다. SD카드에 저장된 방대한 기록은 강호의 대학 입학 후부터 사고 발생 전까지, 그가 냉혈 검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게 했다. 그 중에서도 강호를 변화시킨 결정적 하루가 있었다. 강호가 법대 재학 중 현직 판사 어머니를 둔 학생의 성적 조작과 장학금 특혜를 문제 삼으며 싸움에 휘말렸고, 이에 영순은 경찰서에서 아들을 대신해 무릎 꿇고 빌었다. 예비 법관으로서 강호에게 오점이 될 것을 걱정한 것이었다.
ADVERTISEMENT
검사 시보가 되자마자 재판 기록을 조회했고, 임관식을 마치자마자 수사 기록도 재요청했다. 당시 현장 사진과 부검 사진을 비교하던 그는 결정적 차이점을 발견했다. 과거 영순이 의문을 제기했던 것처럼 현장 사진에는 저항흔이 없었지만, 부검 사진에는 갑자기 누군가의 손톱자국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른 체하던 담당 형사는 강호의 추궁 끝에 진실을 고백했다. 농장 방화와 아버지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 해식이 아닌, 담당 검사 태수의 지시였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이는 곧 강호가 하영(홍비라 분)을 이용해 태수에게 접근한 이유였다. 우벽(최무성 분)의 외손자 재민(유정후 분)이 연루된 ‘우미정 사건’을 맡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태수가 우벽그룹에서 도상그룹으로 돌아서며 복수에 차질이 생기나 했지만 전화위복이었다. 바로 이때 대권을 노리는 태수에게 치명타가 될 수현(기은세 분)과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그는 수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우벽그룹의 기밀 자료와 유전자 검사 결과지를 확보했다. 우벽, 태수에게 수현과 아이를 죽였다고 한 것은 거짓이었다. 강호는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던 횟집 사장(성낙경 분)의 도움을 받아 두 사람이 태수로부터 피해 지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태수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강호 자신도 안심할 수 없었다. 미주(안은진 분)에 이어 영순과도 남이 되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사연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DVERTISEMENT
이제야 강호의 ‘빅 픽처’를 알게 된 영순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누구보다 강호를 판검사로 만들겠다고 꿈꾸던 영순이었지만, 그 복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기에 걱정부터 앞섰다. 영순은 강호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도록 서류와 SD카드를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내가 망가지면서 하는 복수는 복수가 아니야. 진짜 복수는 복수하려는 이유조차 생각 안 날만큼 깨끗하게 잊고 보란 듯이 잘 사는 거야”라며 한순간 돌변하는 영순의 눈빛은 변곡점을 맞은 이들 모자의 앞날을 주목시켰다.
엔딩 직후 공개된 에필로그는 태수를 피해 밀항을 시도했던 수현과 아이의 죽음을 암시했다.
ADVERTISEMENT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