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김건우, '김우빈 닮은꼴'로 눈도장
아이러니 품은 학폭 가해자 손명오 役
롱런 위해선 스펙트럼 넓히고 악역에 머물지 말아야
김건우, '김우빈 닮은꼴'로 눈도장
아이러니 품은 학폭 가해자 손명오 役
롱런 위해선 스펙트럼 넓히고 악역에 머물지 말아야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가장 악랄하게 살아남았으나, 가장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인물. 가해자로 보였지만, 피해자에 가까운 캐릭터. '더 글로리'의 손명오에 대한 평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서 손명오는 학교폭력 가해자 5인방(박연진, 전재준, 이사라, 최혜정, 손명오) 중 최하위 서열로, 내세울 것 없는 가난한 집안 환경에 가족이라곤 할아버지뿐이다. 그 탓에 손명오는 일찌감치 5인방 무리 속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손명오는 박연진과 전재준의 지시에 따라 제 손에 직접 피를 묻히며 친구들을 괴롭혔다. 신체적 폭력은 물론이고, 성적 학대를 일삼으며 행동대장 역할에 발 벗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4인방의 심부름에 불려 다니며 인격적 무시를 당하고, 계속되는 멸시와 천대를 참아내며 이를 악문다.
ADVERTISEMENT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동은(송혜교 역)에게 학교폭력 피해자 윤소희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묻는 신. 손명오는 "밤이고 낮이고 짖어줄게, 먹지도 자지도 못하게 해줄게. 아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서 네 눈앞에 갖다놔 줄게"라며 손가락 다섯 개를 펴고 범인을 찾는다.
이 장면에서 김건우는 여러 감정을 담은 복합적인 눈빛으로 화면을 압도했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한 원초적인 호기심, 십 수년간 쌓인 응어리를 되갚을 수 있겠단 희열, 크게 한 몫 챙겨서 새 삶을 시작하고픈 희망이 섞인 그런 눈빛. 손명오 캐릭터의 서사를 함축한 김건우의 눈빛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ADVERTISEMENT
'더 글로리' 5회 말미, 누군가에 둔기로 맞아 피투성이로 쓰러진 손명호의 모습에 이어 'Me Mori'(스페인어, '나는 죽었다')라는 문구가 조명된 걸로 보아, 명호는 사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학폭 가해자 5인방 중 가장 먼저 죗값을 치르며 사망한 손명호의 분량은 크지 않았으나, 김건우의 존재감만은 확실했다. 특히, 이후 시즌2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들이 파헤쳐질 전망이라, 캐릭터 자체의 주요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악역이지만, 때론 속절없이 당해야만 하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모도 한몫했다. 김건우는 선이 굵은 얼굴형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무쌍의 눈매, 오른쪽이 더 깊게 패인 보조개를 가졌다. 시원한 마스크가 남성적이고, 시선 처리에 따라 눈빛의 온도도 달라진다. 보조개 덕에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편차가 큰 편이다.
ADVERTISEMENT
배우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그늘에 있기보다는 스스로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압도적인 연기력을 통해 캐릭터를 쌓아가야 하고, 무엇보다 악역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닮은꼴' 선배 김우빈도 처음엔 악역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스펙트럼을 넓혔다. 멈추지 말고 도전과 발전을 거듭하면 누군가의 닮은꼴이 아닌 '김건우'란 이름 석 자만으로 오롯이 빛날 때가 올 것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