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마어마한 양의 서책에 주석을 달게 하고, 술상을 내려 취중 실수를 유발하고, 맨손으로 미꾸라지를 잡아오라는 등 나날이 휘가 내린 호된 과제가 이어졌지만, 지운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자신 때문에 옥사에 갇힌 삼개방 동생들, 질금(장세현 분)과 영지(이수민 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세자 저하에게 단단히 찍혔다”며 혀를 차는 동료들의 안타까운 반응도 괘념치 않았고, 그 상황을 조소로 관망하는 휘에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며 포기란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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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밤낮을 지새며 과제를 준비한 휘는 대소 신료가 모두 모인 회강에서 자신 있게 ‘연꽃’이라는 답을 밝혔다. 이어 먹거리와 약재로 고루 쓰이는 연꽃의 쓰임새를 짚으며, “백성의 그늘진 삶까지 굽어살필 수 있는 맑은 눈의 성군이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풀이까지 술술 내놓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명료한 답에 지운은 불자생(가장 낮은 점수)을 내렸다. 연꽃의 쓰임이 아닌 맑은 속성이 자신이 원하는 답이라는 것.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나 주변을 맑게 하고, 꽃잎에 더러운 물이 닿더라도 그대로 떨쳐낼 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고 운을 뗀 그는 “대의를 운운하며 백성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주변의 부조리한 환경에 물들지 않는 굳건한 군주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진흙탕 같은 궐에서 홀로 고고할 필요 없다고 휘를 꾸짖던 한기재를 겨냥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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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잠시 궐 밖을 나서 자유로운 공기를 만끽하던 휘 앞에 지운이 또다시 운명처럼 다가왔다. 찌그러진 갓을 쓰고 잠시 홀로 서 있는 휘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저하의 품위를 지켜드리는 것 또한 신하 된 도리”라며 자신의 갓을 내어준 것. 이어 정성스레 끈을 매주는 손길과 눈길이 스쳤고, 그때마다 휘의 몸도, 마음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부딪히는 두 사람의 눈빛 사이로 설레는 긴장감이 다시 피어오른 순간이었다.
‘연모’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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