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영화 관련 이슈와 그 안에 숨겨진 1mm,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수도 있는, 영화 관련 여담을 들려드립니다.
"다 널 위해서야"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2010)엔 '과잉보호' 모친이 있다. 무려 18년 동안 친엄마 행세를 하며, 라푼젤을 조종한 납치범이자 사기꾼 고델이다. 고델은 '젊음'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필요했다. 고델은 라푼젤을 납치했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해 성 안에 가둔 채 세상과 단절시켰다.
또한 고델은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은 라푼젤에게 "바깥은 매우 위험하고, 사람들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의 욕심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다 너를 위해서"라며 딸을 걱정해 주듯 말한다. 라푼젤은 양의 탈을 쓴 고델이 그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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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에 대한 통제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에서 유래 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심리적 용어다.

안톤은 10년 전 보석을 훔치려다 실패해 폴라의 이모를 죽인 살인범이다. 그는 밤마다 폴라의 집안을 샅샅이 뒤진다. 의심을 피하고자 폴라와 주위 사람들에게 그녀가 정신이 이상해지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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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 가스라이팅' 논란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 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포토타임을 위해 여주인공 서현이 상대 배우인 김정현에게 팔짱을 끼려고 했는데, 김정현이 이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
또한 원활한 촬영을 위해 서현이 김정현 옆으로 다가서면, 그는 한 걸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는 수많은 기자와 관계자들이 있었다. 극 중 커플로 등장하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김정현은 당시 배우 서예지와 교제 중이었다. 김정현은 남자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12회 만에 중도하차 해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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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이후 서예지 측은 "업계에서 연인 사이인 배우들 간에 흔히 있는 애정 싸움"이라고 해명했다.
얼마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tvN '알쓸범잡'에 출연해 "가스라이팅의 시작은 언제나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나니까 네 얘기를 들어주지, 얘기해 봐'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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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민의 씨네락] 영화 같은 현실, 서예지·김정현이 쏘아 올린 '가스라이팅'](https://img.tenasia.co.kr/photo/202106/BF.26685182.1.jpg)
특히 오 박사는 "의도치 않게 가스라이팅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 가까운 사람이, 충고하는 건지 가스라이팅인지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가스라이팅이 존재한다. 누군가를 대할 때, 과연 상대방을 아끼고 사랑해서인지, 자신의 과한 욕심일 뿐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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