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가 겪었던 가혹한 이별을 기억하고, 조금 시린 눈을 떴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혹독했던 풍파 속에서도 소년은 깊게 뿌리내렸고, 무럭무럭 자라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거센 바람에 바스락거릴지언정휘청이지 않는 법을 깨친 듯 했다.

싱글 ‘디자이너’를 발표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로 마주한 최환희는 자신을 지플랫이라고 소개했다. 배우를 꿈꿨던 최환희가 음악에 눈을 뜬 건 고등학교 축제의 힙합 동아리 무대였다.친구의 권유로 오르게 된 무대에서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떼창하는 친구들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TEN 인터뷰] 지플랫, 최환희의 날개가 되다](https://img.tenasia.co.kr/photo/202101/BF.24801602.1.jpg)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작업할 때는 작업실이 방에 있는 거니까, 하루 종일 작업만 해서 ‘1일1곡 만들자’ 그 정신으로 살았어요. 작업할 때 오래 하면 할수록 가속이 붙는 스타일이어서 하루를 다 작업실에서 보낼 수 있다고 하면, 하루 만에 곡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죠. 졸업을 하고서는 지금 작업실로 출퇴근을 하는데, 처음엔 약간 페이스가 안 잡히더라고요. 조금씩 페이스를 잡아서 규칙적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슬럼프는 아니지만 슬럼프인가 싶은 이 느낌은 현재 몸 담고 있는 소속사 로스차일드 수장 로빈을 만나 어느 정도 해소됐다. 로빈에 대한 첫 인상으로 “조금 무서운 분 같았다”는 최환희는 “말이 없으셔서 처음에 걱정했는데, 작업실에서 웃긴 영상 틀어놓으시는 걸 보고 이미지를 알아챘다”고 웃었다. 2년 전 처음 만난 로빈은 최환희의 음악적 멘토로, 다방면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다. 최환희에게지플랫이란 이름을 지어준 사람도 로빈이다. 존재하지 않는 음악 코드 Z플랫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음악을 하겠다’는 꿈이 담겼다.
![[TEN 인터뷰] 지플랫, 최환희의 날개가 되다](https://img.tenasia.co.kr/photo/202101/BF.24801585.1.jpg)
“제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던 곡 중 반응이 제일 좋은 곡이었어요. 곡 분위기도 좋았고, 훅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의도한 것보다는 조금 밝은 톤으로 나온 거 같아 조금은 아쉬워요.”
아쉬움이 남은 만큼 다음 번 선보이는 음악은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다. 또 작업해 둔 곡이 있냐는 질문에 두 곡을 미리 소개해줬는데, 한 곡은 음악에 올인한 자신의 마음을 담은 곡이고, 또 다른 곡은 장거리 연애하는 커플이 느끼는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했단다. ‘장거리 연애는 경험담이냐’ 물었더니 씩 웃었다. 무언의 노코멘트를 받아주고,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돌려줬다. 그는 “외모로는 강아지 상보다는 고양이 상이 좋다. 아, 이건 중요한 건데 긴 머리여야 한다. 그리고 거짓말 안하고 진실된 사람, 어떠한 저의 모습이 아니라 저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프로듀서형 아티스트로 성장을 꿈꾸는 최환희에게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그는 “제 기준엔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련함이든, 그 어떤 감정이 들어가 있는 곡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기쁨의 감정보다는 슬픔이나 아련함을 표현할 때 더 희열을 느끼는 거 같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제 노래를 듣고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이유 없이 우울한 날, 사랑 때문에 힘든 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제 노래 때문에 위로를 받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고 바랐다.

‘스타가 되고 싶은지,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묻자 망설임 없이 ‘아티스트’를선택했다.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보다 자신이 만들고 부르는 노래에 위로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는 꽤 묵직한 말을 꺼냈다.
“제가 만든 노래가 유명해져서 그 노래로 제가 유명해지고 싶어요. 최환희보다는지플랫이란 이름으로. 제 노래 덕을 보고 싶어요.”

에디터: 최지예
디렉터: 노규민
포토그래퍼: 천유신
헤어: 김홍민
메이크업: 양송이
의상: 장광효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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