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으로 소환된 춘향과 논개

두 논란이 동일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근본적 이유는 그 바탕에 여성을 파편적으로만 재현하는 가부장적 시선의 뿌리 깊은 역사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는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언어’라고 요약했던 에이드리언 리치의 말처럼, 남성 중심의 역사는 언제나 여성의 이야기를 몸의 이슈로 환원시킨다. 춘향과 논개의 이야기 역시 그녀들의 영웅적 면모를 기리면서도 결국 각각 기생의 딸과 기생이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지켜낸 절개라는 여성적 덕목으로 귀결된다. 여성의 본질적이고 총체적인 존재성은 가부장제가 규정한 그 미덕 안에서 왜소화되고 파편화된다. 가부장적 시선의 문제점은 이처럼 인간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의 상실이다. 앞서의 춘향과 논개 논란은 당사자들이, 총체적 관점을 가로막는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시선에 길들여진 탓에 이야기의 전체적인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것이다.
와 , 내면화된 가부장적 시선

MBC 와 SBS 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젠더감수성의 둔감함은 춘향과 논개 논란의 짝패에 버금간다. 두 드라마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큰 틀 안에 여성을 왜곡된 성적 이미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는 신분상승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며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난한 고아 출신의 장미리(이다해)라는 가면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장미리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하는 일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과거에 성적으로 착취당했고 모국에 와서도 성희롱을 당한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는 여성이 남성들을 성적으로 유혹한다는 설정은 공감을 얻기 힘들뿐더러, 첫 회부터 여러 차례 반복된 미리의 성폭행 위기 상황을 선정적으로 잡아내는 카메라의 시선은 매우 불편하다. 는 여성이 주인공이되, 그 존재를 성적 이미지로 축소하고 왜곡해서 재현하는 반여성적 텍스트다.
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드라마는 애초 기생문화를 재조명하겠다는 거창한 의도와 달리 접대부의 임무에만 매달려 있는 기생들의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주인공 단사란(임수향)은 장미리와는 반대편의 지점에서 왜곡된 성적 이미지의 존재로 재현된다. 사란에게 중요한 미덕은 정절이다. 드라마는 사란의 기생 시절 머리 올리기 에피소드에서 여자의 모든 일생이 처음 순결을 잃는 그 순간에 달려있다는 듯 극 중 최고의 스펙타클 요소들을 쏟아 붓는다. 사란이 곱게 목욕하는 장면부터 혼례식이 열리는 정원을 꾸미는 모든 과정이 공들여 재현 됐고, 그녀가 마지막까지 왕자님 아다모(성훈)를 위해 순결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극 최고의 서스펜스로 묘사되었다. 결국 사란은 정절을 지켰고 이는 왕자님과의 결혼으로 보상받는다. 임성한 월드의 신데렐라 공식이다.
젠더 감수성이 절실한 시대

글. 김선영(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