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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포인트: 신현준의 [바보학개론]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더듬는 버릇, 웃을 때 아낌없이 드러나는 치아, 대사보다 안면근육으로 승부하는 표현력. 이만하면 전형적인 바보연기다. 영화가 개봉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현준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었다. 어느 순간 신현준이 엄기봉인지 엄기봉이 신현준인지 모를 단계에 이르러 가파른 언덕을 쉼 없이 달리던 명품 발연기, 조..조..조..조..좋아!
이젠 바보연기를 넘어 바보인 척 하는 연기까지 소화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뒤돌아서 눈 한 번 깜박이면 바로 독립투사 각시탈에서 바보 이강산으로 변신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자 만나러가? 그 여자… 엉덩이 커? 얼마나 커? 되게 커?”라며 집요하게 질문을 던질 땐 언제고 남몰래 동생 이강토(주원)을 바라보던 찰나의 진지한 눈빛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눈앞에서 어머니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바보행세를 할 수 밖에 없어 울부짖던 그 순간, 신현준은 영구와 맹구에 이어 3대 바보로 등극했다.
결국,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보이는 무의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제아무리 천재사업가라고 소개되고 이름까지 ‘최고만’으로 지으면 뭐하나. <바보엄마>를 통해 얻은 별명은 개장수 아저씨인 것을. 제아무리 있어 보이기 위해 뿔테안경을 쓰고 고급스러운 지팡이를 갖고 다니면 뭐하나. 고작 미역국 하나에 흥분해서 말까지 더듬는 바보가 되는 것을. “뚜…뚜껑 모…못 열어? 내가 이 집 주인인데 왜 우…우럭 미…미역국 못 먹는데 왜왜? 내 미역국 왜 내가 못 먹는건데?” 천재와 바보는 습자지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맞긴 맞나보다.
<10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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