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채널을 돌리지 않았던 건 사유리 씨가 주병진 씨를 돕기 위해 초대되었기 때문이었어요. 아마 7회였을 거예요. 붉은 소파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한 사진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의 사진집에서 모티브를 따온 ‘붉은 소파’가 많은 사람들과 다양하고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자 부산의 겨울바다를 찾던 날, 그 바람 많이 불고 춥던 날 바로 사유리 씨가 나왔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유리 씨로 인해 주병진 씨가 고생 깨나 했는데요. 하지만 빤한 그림이 아닌 예상치 못한 전개들이 줄줄이 이어져 신기해하며 지켜봤던 기억이 나요. 천진한 사유리 씨가 감히 주병진 씨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잖아요. 어지간한 MC들이라면 바짝 긴장할 대선배지만 사유리 씨에게는 주병진 씨가 자신의 아버지를 닮았다는 김구라 씨와 별 다름 없어 보였나 봅니다. 사유리 씨의 어이없는 요구에 선선히 응해주는 주병진 씨의 모습이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보기 좋았어요. 신선한 조합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고정일 줄 알았던 사유리 씨의 출연이 단발에 그치는 바람에 아쉬웠습니다. 아, 낭만 콘서트 적에도 김태훈, 장동민 씨와 함께 출연을 하긴 했네요.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은 초대손님
그처럼 시작부터 선을 확실히 긋더니만 역시나 방송 내내 사유리 씨는 병풍이자 그림자 신세였습니다. 아무리 말을 해봤자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죠. 수시로 던져진 사유리 씨의 멘트들은 대부분 혼잣말이 되어 허공에 산산이 흩어질 뿐이었어요. 그나마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유리 씨니까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다고 봐요. 웬만한 신인이었다면 아마 군내가 나도록 입을 닫고 있어야 했을 걸요. 끼어들 여지가 도무지 없는 자리, 대체 사유리 씨는 왜 부른 걸까요? 말이 나온 김에 얘긴데 생애 최고로 당황스러웠을 레크리에이션 진행자, 그 분은 또 왜 불렀대요. 짐작컨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대중의 심리를 아는 제작진 측에서 임의로 섭외했지 싶어요. 만약 주병진 씨가 초대했다면 그처럼 사유리 씨를 마냥 방치하지는 않았겠지요. 제가 좀 의아하게 여겼던 건 이경실 씨였습니다. MBC 며 SBS 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에서 늘 신인들에 대한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던 이경실 씨가 이 자리에서만큼은 너무나 낯선 얼굴이었거든요. 의논 없이 사유리 씨를 끼워 넣은 제작진에 대한 거부감의 발로였을까요? 다행히 살가운 이경애 씨가 있어 카메라 밖에서는 여러모로 챙겨줬지 싶지만 그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에 공주 타입의 연예인이었다면 방송이고 뭐고 눈물 글썽이며 당장에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난리를 피웠을 겁니다.
사유리 씨,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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